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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배터리·인공지능 … 삼성이 찍은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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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이 소셜네트워킹이 가능한 인공지능(AI) 로봇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세계 최초 가정용 로봇 회사인 지보(JIBO) 투자에 참여했다. 삼성 관계자는 “올 초 신(新)수종사업 확보의 일환으로 로봇 스타트업인 지보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보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인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동료들과 2012년 세운 벤처기업으로 내년 4월 로봇 지보의 실제 판매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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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이 1999년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세운 투자회사로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전기·삼성증권·삼성중공업이 대주주다. 삼성의 지보 투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을 비롯해 헬스케어, 스마트카와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삼성이 지보에 투자한 금액은 2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전문 데이터 기업인 미국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벤처투자가 집행한 투자는 지보 외에도 14건에 달한다. 200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00여 건의 투자가 집행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삼성벤처투자의 약 15%가 올해에 집중된 셈이다. 투자 기업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의 미래 관심사가 무엇인지 도드라진다.

 5분 만에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스토어닷을 비롯해 페이스북 창업주인 마크 저커버그와 세계적인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개인 자격으로 투자한 인공지능 전문회사인 비캐리어스, 스마트카 플랫폼 회사인 빈리에 투자가 이뤄졌다. 스마트폰 기반의 헬스케어(글루코·다카두)나 사물인터넷(에브리싱·필라멘트)과 같은 기업도 삼성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해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어갈 삼성의 미래 모습과도 연관이 깊은 대목이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고전 중인 삼성전자와 실적 악화로 그룹 차원의 경영 진단을 받고 있는 삼성SDI, 비주력사업 구조조정을 마친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의 신수종 사업이 헬스케어 사업과 스마트카, 사물인터넷으로 집중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벤처투자가 설립 초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 것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며 “적은 금액으로 미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삼성의 실제 사업화로도 연계되고 있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슬립센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올 초 삼성벤처투자가 돈을 댄 이스라엘 벤처 얼리센스의 센서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침대 매트리스 밑에 이 기기를 두면 수면 중 맥박이나 호흡,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삼성 계열사의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씨앗 뿌리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지분 11.25%)로 있는 삼성SDS는 지난 7월 삼성벤처투자와 함께 100억원의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 등 미래 유망한 기술 확보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이 투자를 결정한 지보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으로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개개인별 맞춤형 소통이 가능하다. 가령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문자 메시지나 음성 메시지를 들려줄 수 있다. 이 회사엔 삼성벤처투자 외에도 LG유플러스, LS가(家)의 장손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 구본웅(36)씨가 참여하고 있는 벤처투자사 포메이션8이 펀딩에 참여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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