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정현종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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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스트랄이여, 너 비구름을 뛰어넘는 자,

슬픔을 죽이는 자, 하늘을 휩쓰는 자,

노호하는 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 둘은 한 자궁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영원히 운명을

같이하도록 마련되지 않았던가?

- 니체(1844~1900), ‘미스트랄에게’ 중에서

니체는 철학자이지만 시도 여러 편 썼다. 위의 글은 작품의 첫 연이다.(한 연이 여섯 줄로 되어 있는 11연짜리 작품이다.) 그의 정신의 아주 중요한 면을 엿볼 수 있는 화두가 들어 있다.

 미스트랄은 지중해 연안 지방에 부는 강풍인데, 그 바람을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 1연에서 작자는 자기와 그 바람이 한 자궁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공기(바람)의 성질은 가볍다는 것인데, 그러한 공기적 성질, “공기적 훈련, 가벼움에의 예행적 수련 없이는 인간의 정신심리는 절대 진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바슐라르) 그러한 ‘공기의 혁명’ 속에서 니체는 인류의 정신이 전례 없는 상승과 그에 따르는 기쁨을 맛보게 하였다.

 니체는 유럽 여러 곳에서 글을 썼지만 나는 특히 스위스 쪽 알프스 자락에 있는 질스마리아에 가보고 싶어 여러 해 전부터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하기도 했는데, 내년 여름에는 갈 수 있을지…. 정현종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