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천안문 반일시위' 중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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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1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일본 음식점 종업원이 업소 간판에 있는 ‘일본 요리’라는 문구를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다. 이 식당은 9일 베이징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일 시위 때 피해를 보았다. 이번 주말 다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자 일본 관련 업소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주말인 16일과 17일, 중국은 반일(反日) 물결에 휩싸일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14일 긴급 성명을 냈다. 허가받지 않은 집회는 단속한다는 것이다. 사태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외교적으론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움직임 등에 거듭 경고를 보냈다.

◆ 주말 시위 긴장=베이징(北京)의 대학가는 겉으로는 조용하다. 그러나 물밑 움직임은 활발하다.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인에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16일 오전 9시 천안문(天安門) 광장 인민영웅탑 앞에 모이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학생과 일반 시민의 휴대전화에 분주하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모이는 장소가 천안문 광장이다. 이곳에선 1919년 제국 침략에 항의했던 '5.4 운동'과 1989년 '6.4 사태'가 벌어졌다. 반일의 폭풍이 민족 자존심으로 직결되면서 자칫 정치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하이(上海)도 마찬가지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16일 상하이 시내를 "항일(抗日)의 물결로 뒤덮자"는 '격문'이 돌고 있다. 메시지엔 16일 오전 상하이의 상징인 와이탄(外灘)에 집결해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을 벌이자는 내용도 올라 있다. 또 14일 광시(廣西) 구이린(桂林)에 이어 16일엔 톈진(天津), 17일엔 선양(瀋陽).광저우(廣州).청두(成都) 등에서도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베이징 일각에서는 "청년절인 5월 4일 일본과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수호단체를 중심으로 중국 안팎에서 연쇄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 시위 저지 방침=치안을 담당하는 공안(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시 공안 대변인은 14일 민간의 시위 움직임에 대해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는 시회 안정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의법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대변인은 "시위 허가신청에는 목적.방식.표어.구호.시간.장소 등을 명기해야 한다"며 "사회질서와 공공안정을 해치는 과격행동과 파괴행위는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시위를 허용하면 중.일 관계가 심각히 손상되고 또 시위가 반(反) 정부 투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 강경입장 유지=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5일자 사설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의도는 일방적인 희망이다. 일본은 역사를 직시해야 비로소 정상국가가 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중국 정부는 14일 "역사 존중을 통한 주변국의 신뢰 회복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에 반대의 뜻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또 일본이 동중국해의 가스전 시굴권을 민간에 허가해 주려는 방침에 대해 '중대 도발'이라며 엄중 항의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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