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공장과 한 몸 일본 토요타시처럼 … 설립 규제 큰 폭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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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도시는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제안에 따라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도시를 개발하고 운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해 기업도시특별법이 만들어졌고 2005년 강원 원주와 충북 충주, 전북 무주, 전남 무안, 충남 태안, 전남 영암·해남 등 6곳을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했다. 하지만 무주와 무안은 시행사가 사업을 포기해 기업도시 지정이 취소됐다. 남은 4곳 가운데 수도권과 가까운 원주와 충주가 기업도시의 틀을 갖추고 있다. 충주기업도시의 분양률은 현재 85.4%로 18개 기업이 입주를 마쳤다. 태안과 영암·해남은 기업 유치보다는 골프장과 호텔, 테마파크 운영으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기업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기업도시특별법과 시행령을 개정했다. 지식기반·산업교역·관광레저 등 3가지로 나뉘어 있던 유형을 한 개로 통·폐합하고, 최소 개발 면적 기준을 330만㎡에서 100만㎡로 줄여 기업의 진입 조건을 완화했다. 그동안 기업도시를 허용하지 않았던 광역시와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 일부 지역에 대한 입지제한도 풀었다. 김형석 국토교통부 복합도시정책과장은 “기업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며 “개발이익 환수비율 등도 올해 안에 추가로 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도시는 일본 토요타시와 같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70년 역사를 가진 토요타시는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 위치한 도시로 원래 이름은 고로모(拳母)시였다. 자동차 공장을 세운 토요타를 지원하기 위해 1959년 이름까지 바꿨다. 토요타가 전기요금이 저렴한 일요일에 근무하고 평일에 쉬기로 결정하면, 토요타시도 주말에 행정 편의를 제공했다. 토요타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위기를 맞으며 4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토요타시의 실업률도 높아지고 세수가 주는 등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5년 만인 2013년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토요타시도 일본 경제 부활의 아이콘이 됐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요타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며 “지자체도 토요타에서 해고된 직원을 임시 고용하는 등 신뢰를 버리지 않고 회사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지자체와 정부는 기존의 도시개발계획에 얽매여 기업도시에 허용하는 업종을 제한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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