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美 육참총장, 럼즈펠드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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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에릭 신세키 미군 육군참모총장(사진)이 11일의 전역식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오만한 리더십'을 따끔하게 꼬집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38년의 군 생활을 마감하는 신세키는 이날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 기지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여러분은 유능한 지도자가 되기 이전에 여러분의 부하를 사랑해야 한다. 부하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명령은 내릴 수 있겠지만 리더십을 얻지 못한다. 그리고 리더십이 없는 명령은 공허하고, 때론 오해와 오만에 불과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신세키 총장은 특정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신문은 이같은 발언이 럼즈펠드 장관과 울포위츠 부장관 등 민간 지도부와 육군 수뇌부의 갈등을 완곡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또 병력 삭감과 관련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우리 병사들과 그 가족들이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세키 총장은 재임 시절 육군을 속도전에 적합하게 바꿔놓은 '변형의 대가'로 꼽히며, 군 체질 개선에 과감했다. 또 그는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요직에 올랐지만 평화 유지에도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육군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해 온 민간인 지도부와는 화합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신문은 지적했다.

그는 럼즈펠드 장관이 크루세이더 초장거리 곡사포 개발계획을 폐기한 것에 반대했으며, 전후 이라크의 안정 정착을 위해서는 수십만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지난 4년간 국방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38년 동안 미군에 몸을 담아온 신세키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는 미군 역사상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며, 베트남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을 입어 두개의 명예전상(戰傷)상을 받기도 했다. 럼즈펠드는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모임에 참석 중이기 때문에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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