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멈추지 않는 총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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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 군정이 통치하고 있는 이라크가 안정을 찾기는커녕 갈수록 유혈극이 줄을 잇고 있으며 혼란상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과 AP.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군 101 공중강습사단의 일부 병력과 육군 특수부대가 13일 바그다드에서 북서부로 1백40km 떨어진 알아사드에 있는 후세인 추종세력의 근거지를 공격해 이라크 무장세력 70여명을 사살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미군의 이번 공격은 최근 미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기습공격으로 미군 병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데 따른 조치라고 미 중부사령부가 12일 발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또 13일 바그다드 북동부 발라드에서 순찰 중이던 미군 탱크를 공격해온 27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11일 "이라크전 종전 이후 미군 병사 45명이 이라크에서 사망했으며 이중 무장 이라크인의 기습공격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날 이라크 저항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출동한 101 공중강습사단 소속의 아파치 헬기 한대가 바그다드 서부에서 이라크 민병대에 의해 격추됐다고 전했다. 같은날 바그다드 남서부에서는 미군 소속 F-16 전투기 한대가 추락하는 등 미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라크에선 치안 불안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12일 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 인근 바이지 지역에서는 송유관이 폭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터키로 이어지는 이 송유관의 폭파는 앞으로 이라크 석유가 수출되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이 누그러질 줄을 모른다. 지난 4월 말 팔루자에서 열린 후세인 지지 및 반미 시위대에 미군이 무차별 사격을 가해 이라크 민간인 1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점령군에 대한 적개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반감을 반영해 주듯 바그다드의 일간지 알사아는 지난 7일 "이라크 10대 소녀 두명이 미군 병사들에게 집단 강간당한 뒤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군의 강력한 반박에 신문은 11일 이 주장이 소문에 근거한 것이라고 시인하며 보도를 철회하고 기자 두명을 파면했으나 이라크인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이같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적절한 상황판단 때문이라고 미국 관리들도 시인하고 있다. 조셉 콜린스 미 국방부 차관보는 "이라크의 치안과 질서회복은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폭력과 파괴행위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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