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해, 냉각된 북·중 관계 개선 물꼬 틀 중대 임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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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 4 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용해 당시 총정치국장(왼쪽)이 2013년 5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다. 최 비서는 2013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김정은 특사에 임명됐다. 2년 전 특사 때는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한 지 3개월 뒤였고, 이번 방중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8월 25일)된 이후 9일 만이다. 우연히도 북·중 관계가 불편한 시기만 골라서 가는 상황이 됐다. 최 비서가 2013년 5월 22~24일 방중했을 때는 푸대접을 받다시피 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2월 12일)에 핵실험을 했으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국경을 접한 인도·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마저 핵무기를 갖게 되면 중국은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최 비서는 당시 시 주석과의 면담시간을 당일 오후에 전달받는 등 중국 측의 성의 없는 대응에 하루 종일 숙소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리고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서신을 전달했으나 시 주석이 “알았다”고 짧게만 대답한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 비서는 그 자리에서 5월 14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특사로 온 이지마 이사오의 방북을 설명하면서 향후 일본과의 교류를 전달했다. 이에 시 주석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최 비서의 방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김정은이 다자회의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행사에 김일성과 김정일이 참가한 이후 최고지도자가 다자회의에 참가한 경우가 없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초대받았으나 불참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다. 평양을 떠났을 때 쿠데타 발생 가능성이 있다거나, 처음부터 참석 의사가 없었다는 등 다양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오랫동안 북한 외교 의전을 지켜본 주 선양 한국 영사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의 다자회의 운영에 대한 경험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전승절에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북한 외무성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최고지도자가 참석하는 다자회의를 운영한 경험이 거의 없어 의전상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비서는 이번에 막중한 임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냉각된 북·중 관계를 어떻게 해서든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상황과 판문점 고위급 접촉을 중국에 설명해야 한다. 북한에서 그들에게 설명할 사람은 최용해뿐이다. 최 비서의 아버지 최현(1907~1982)이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하면서 맺은 중국 공산당·군부와의 인연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김정은도 이 점을 십분 활용할 생각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이 시 주석과 악수만 하고 오게 하려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을 텐데 최 비서를 보낸 것은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고 중국의 입장을 들어보고 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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