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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산수(飛行山水) ⑩ 부춘산에서 본 서산] 서산이라 쓰고 '스산'이라 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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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산이라고 또박또박 말하면 다른 동네 사람이다. 여기서는 서산이라 쓰고 ‘스산’으로 읽는다.

 맛이 읎을 거유. 우리 집은 기름에 볶은 반찬이 읎어서유. 동부시장 옆 식당에서 이른 점심으로 우럭젓국을 먹는데 주인장인 ‘스산댁’이 툭 던진다. 행색을 보아 달고 기름진 음식에 절어 사는 서울 사람이라 생각했을 테다. 맛이 없기는커녕 오디순장아찌·새우젓·오이소박이·멸치볶음 무엇 하나 넘치고 모자람이 없다. 정작 놀란 것은 아주머니가 다듬는 마늘이다. 통 하나가 손바닥에 꽉 찬다. 일악이지(一握二指)가 실감 난다. 말아 쥔 손에 손가락 두 개를 더한 크기란 뜻인데, 이 정도는 돼야 여기서 마늘 대접을 받는다. 서산과 태안의 육쪽마늘은 클뿐더러 단단하고 향이 짙어 씹으면 눈물이 쏙 빠진다. 두 지역은 붙었다 떨어졌다 해왔다. 일제 때는 하나였고 1989년에 분리됐다. 서산수협의 본소는 태안에 있다.

 서산의 지형은 지난날과 아주 다르다. 들쭉날쭉하던 해안선은 둑을 쌓으며 많은 곳이 직선으로 바뀌었다. 발 앞에 넘실대던 바다는 멀찍이 물러났다. 사각으로 재단된 땅은 대개 간척지다. 일제 때부터 진행해온 사업은 82년에 B지구 방조제 1228m, 84년에는 A지구 방조제 6458m가 이어지며 마무리됐다. A지구 공사 때 무시무시한 마지막 물길을 막은 고 정주영 회장의 폐유조선공법은 전설이 됐다.

 예전에는 그림처럼 읍내 가까이까지 물이 들어왔을 테다. 밀물에 얹혀 꽃게며 우럭이며 새우를 실은 통통배가 들어오고, 썰물에 드러난 갯벌에서 아낙들은 조개를 캤을 테다. 들을 얻었지만 갯벌은 사라졌다. 서산에도 경북 영주와 이름이 같은 부석사가 있다. 영주 부석사는 소백산맥을 내다보는데, 바다를 바라보던 서산 부석사는 이제 너른 들을 내다본다. 그림은 시청 뒤 부춘산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다.

 저기 마늘 모양의 열기구를 타고 부처님 세 분이 읍내 구경을 나오셨네요. 운산면 산속이 심심하신가 봅니다. 그런데 ‘백제의 미소’는 어디 가고 어째 표정이 묘합니다. 겁먹으셨나요?

서산=글·그림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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