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똥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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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시골에서는 아이가 뒷간에 빠지면 쌀가루로 둥그렇게 떡을 만들어 뒷간 귀신에게 절을 올리고 "똥떡, 똥떡" 큰소리를 내며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변을 당한 아이의 액막이를 하려던 것이다. 아이들끼리 꼴을 벤 뒤 한켠에 쌓아놓고 낫꽂기 내기를 하던 꼴 따먹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놀이였다.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가고, 각시풀을 뜯어다 곱게 머리를 땋고 수수깡으로 몸을 만들어 인형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놀이와 풍습들이 어느순간 사라졌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시골살이 추억을 또래보다 많이 갖고 있는 작가 이춘희(37)씨는 '국시꼬랭이 동네'라는 시리즈를 내며 첫째권으로 '똥떡'을 썼다. 국시꼬랭이란 국수를 만들면 끝 부분에 우툴두툴 남기 마련인 자투리 반죽.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국시꼬랭이를 받아다 불에 구워 과자처럼 먹었다고 한다.

이씨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잊혀져 가는 똥떡.꼴 따먹기.풀싸움 등 민속문화 중에서도 깊이있는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던 '자투리 문화'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다.

'똥떡'에는 뒷간에 빠진 준호 이야기가 나온다. "똥통에 빠지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할머니 말에 잔뜩 겁 먹은 아이. 할머니와 어머니는 떡을 만들고 뒷간 귀신에게 제사를 올린 뒤 떡을 돌린다. 떡을 받은 이웃들은 "복떡"이라며 떡 돌리는 준호를 반기다는 내용. 작가는 앞으로 인터넷에 '국시꼬랭이 동네'라는 가상 동네를 만들고 자투리 문화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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