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發 '夏鬪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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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자동차노조(위원장 이헌구)는 회사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께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경우 자동차의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민주노총이 현대차의 분규를 계기로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여름철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4월 18일부터 16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쟁점에 대한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 협상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주5일 근무제 실시▶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요구했다. 노조측은 특히 경영 참여를 위해▶이사회에 노조 대표자 참여▶매각.양도.공장이전 때 노조와 사전 합의▶사원채용시 노조와 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한 임원은 "국경 없는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공장의 해외 이전까지 노조가 간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도 정부의 방침 또는 법제정이 이뤄져야 교섭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노사자율 해결'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두산 사태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규정해 중재에 나섰기 때문에 현대차 분규에 다시 정부가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파업이 장기화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경우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 분규는 앞으로 벌어질 각종 노사분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전국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내세워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삼아 노동계는 다른 사업장의 파업을 잇따라 유도해 사실상 전국 총파업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울산=허상천 기자,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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