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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간 3D 프린터…처방약·수술·이식 '팔색조 매력'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의료계가 ‘3D 프린터’의 매력에 빠졌다. 의료의 질 향상은 물론 맞춤형 의료기기 생산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약물이 승인돼 판매 예정이며, 국내 병원들도 3D프린터를 암, 안면기형 같은 고난도 질환 수술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3D프린터를 토대로 한 각종 연구와 정부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3D 프린터 처방약 선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세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만든 약을 승인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확한 용량으로 약을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3D 프린터 처방약 보급이 늘어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아프레시아 파머슈티컬스’의 간질치료제 스프리탐. FDA는 그동안 3D프린터로 제작한 의료기기를 승인한 적은 있지만 알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약은 내년 1분기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이 알약은 3D 프린터로 분말형 성분을 조금씩 분사해 적층시켜 만든다. 공기구멍이 많은 다공성 결합체로 만들어져 수분을 빨리 흡수한다. 쉽게 녹아 물 없이 삼킬 수도 있다.

그동안 의사들은 환자 맞춤형 처방이 쉽지 않았다. 제약사들이 정한 약 용량에 따라 처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은 미리 정보만 주어지면 필요한 만큼만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

◆ 국내 선도 병원들 “2차원 이미지 한계 뛰어넘자”

국내에서도 선도병원을 중심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신장암 수술에 3D 프린터를 활용 중이다. 개인별 신장·암 조직 형태를 3차원으로 완벽히 재현한다는 점이 의료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 CT 같은 2차원 이미지는 신장암과 신장 내부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수술 범위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산병원 측은 “컴퓨터단층촬영 이미지를 토대로 3D 모델 툴을 통해 3차원 신장 모형을 만들었다”며 “신장 내 혈관 구조가 특이한 환자는 3D프린터를 활용해 높은 정확도로 재현할 수 있어 정교한 환자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부비동암 수술에 3D프린터를 이용해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 눈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치과형 모형물을 만드는 벤처회사에 CT 영상을 의뢰하고, 환자 수술 부위 골격을 3D프린터를 이용해 모형물을 제작했다.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부비동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치료 후 얼굴변형을 예방해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인체 조직을 3D 프린터의 원료로 이용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면 공상과학영화에서 보던 장기나 조직의 3D 프린팅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코와 콧구멍이 없었던 몽골소녀에게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공 코에 맞춤형 콧구멍, 기도지지대를 넣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바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인공지지대는 매우 단순해 3D프린팅 기술로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넣어 최종기관을 완성해 집어넣은 것이다.

◆3D 프린터 연구 지원 본격화

3D 프린터는 보건의료계 신사업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어떠한 모양이든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및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생산으로 신 비즈니스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정부에서도 3D프린팅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우수 기술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울산과학기술대 김정범 교수팀이 진행 중인 ‘신경계 환자 맞춤형 조직 재건용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이 대표 사례다.

다친 부위의 척수세포를 프린터로 찍어내 이식하는 방식으로, 피부세포에서 직접 신경계 세포로 분화시켜 면역 거부 반응과 발암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이번 연구에 5년간 6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김정범 교수를 총괄책임자로 연세대 의대·부산대·한국산업기술대 등도 합류했다.

김 교수는 "직접교차 분화기법을 이용한 3D 바이오 프린팅 치료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이자 세계 선도기술”이라며 “환자맞춤형 세포를 이용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하고 생명, 기계, 전기, 광학 분야에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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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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