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역 연기 50명 우선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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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복무 기간을 늘려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병사들의 각오가 대기업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K그룹은 최근의 남북 무력 대치 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하겠다고 신청한 장병들을 신입사원 채용 때 우선적으로 뽑겠다고 25일 밝혔다. SK는 “남북 협상이 타결되기 전인 24일까지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 중에서 SK 입사 희망자가 있으면 소정의 채용 과정을 거쳐 우선 채용할 방침”이라고 이날 공표했다. SK는 올 하반기 공개채용 때부터 이들 장병이 전역연기신청 증빙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면 채용 후보 1순위에 올릴 방침이다.

 이 결정은 전방 육군 장병 50여 명이 육군 내부 네트워크망과 소속 부대를 통해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는 소식(본지 8월 25일자 6면)을 접한 최태원(55) 회장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SK 관계자는 “오전 일찍 회장이 전화를 해 SK그룹이 장병들을 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SK 인사파트에서는 곧 검토 작업을 거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공개채용에서 우선 채용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날 간부들에게 “전역 연기를 결정한 병사들의 의지가 SK에 필요한 문화와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SKMS(SK Management System)라는 기업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 최 회장은 “강한 기업문화, 즉 패기와 열정을 사원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이 병사들이 우리 그룹에 들어온다면 그런 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 회장의 차녀 민정(24)씨는 지난해 9월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영했다. 지난 4월부터 한국형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함(4400t급)에 배치됐다. 현재 전투정보보좌관으로 중동 아덴만에 파견돼 소말리아 해적들로부터 우리 상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이날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들의 취업을 적극적으로 알선하겠다고 밝혔다. 강호갑(61) 회장은 “장병들의 결단에 희망과 자부심을 느꼈다”며 “중견기업들의 취업 수요를 파악해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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