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中열병식에 의장대 보내지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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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이 내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군 의장대 등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이 24일 밝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오늘(24일)까지 중국 당국에 의장대 등 군 병력을 파견한다는 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의장대 등 군 대표들을 열병식 참석에 초청했다. 중국은 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주요 국가들에게도 의장대 등 군 병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북중 관계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데다 최근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 머리를 내밀 처지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북중 관계의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에 열병식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일부 지도부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열병식에 병력을 파견하기로 한 국가에 한국은 없다. 24일 현재 한국 정부는 열병식에 별도의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통보를 하지 않았다. 대신 5명 내외의 군 참관단이 열병식에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병력을 보낼 경우 항일을 주제로 한 열병식에서 한국군이 직접 일본에 무력 시위를 한다는 외교적 의미를 줄 수 있고 한미 군사 동맹에도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군 당국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10여 개 국가가 군대 파견을 약속했다"고 밝혔으나 국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23일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거행된 열병식 리허설에는 러시아와 몽골·멕시코 등 일부 국가 병력이 참가했으며 남북한 병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 밖에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중국의 맹방인 쿠바·벨라루스 등도 열병식에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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