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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도전하는 골퍼가 아름답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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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대에 돌아온 '미녀 골퍼' 이선희(29)를 만났다. 2001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퀄리파잉테스트를 통과해 2002시즌을 미국에서 보낸 이선희는 지난달 레이크사이드여자오픈에서 국내 복귀전을 가졌다. 18개월 만이었다.

이선희는 혼자 LPGA 투어를 다니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주로 부모들과 함께 밴을 타고 다니지만 이선희는 렌터카를 직접 운전하며 미 대륙을 누볐다. "한 대회가 끝나면 다음 장소로 서둘러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LPGA 투어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올해는 조건부 출전권자로 떨어졌다. 더구나 대회가 많이 줄어 대기선수들이 뛸 기회가 없고, 예선을 통과하기는 바늘구멍 같다. 6월말까지 국내에 머무르며 한솔레이디스오픈과 파라다이스오픈에 출전한 뒤 7월에는 다시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한여름에는 상위권 선수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출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내년 시즌 전경기 출전권을 얻으려면 올해 상금랭킹 90위 안에 들어야 할 텐데.

"사실 90위 안에 들기는 힘들다. 퀄리파잉 1차테스트는 면제되기 때문에 10월 최종 테스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LPGA 투어가 그렇게 어렵나.

"물론이다. 선수층이 아주 두터워 언더파를 쳤는데도 두번이나 컷오프됐다. 신인들은 코스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을 쳐야 하니까 불안하다. 초기에 계속 컷오프되니까 조급해졌고, 심리적인 압박감에 자신감을 잃었다."

-지난해 돈을 많이 썼을 텐데.

"투어가 열리는 10개월 동안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를 썼다. 물론 프로생활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이다. 미국에서 한푼도 못 벌었지만 그래도 아직 통장에 조금은 남아 있다(웃음)."

-한 대회에 출전하려면 얼마나 필요한가.

"호텔비.렌터카.항공료 등으로 보통 2천~2천5백달러 정도 들었다."

-미국과 한국의 골프장이 어떻게 다른가.

"미국의 양잔디에서는 공이 땅에 붙어 있고, 국내의 금잔디에서는 떠 있다. 국내에서는 약간 뒤땅을 쳐도 공이 뻗어나가지만 양잔디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러프에 떨어지면 온그린하기가 힘들다."

-미국에 가기 전에 비해 기량이 늘었나.

"쇼트게임이 좋아졌다. 미국에는 칩샷ㆍ벙커샷 등 실전 연습할 곳이 많기 때문에 자연히 그렇게 된다."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줄리 잉크스터(미국)와 친하다. 월드컵 때 사진을 함께 찍은 적이 있는데 투어에서 나를 알아봤다. 잉크스터는 한국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관심도 많아 가끔 식사도 했다."

이선희의 미국 진출은 지금까지 마이너스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적은 좋지 않았어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올해에 안 되더라도 계속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그는 "골프는 도전에 묘미가 있다. 아니카 소렌스탐도 남자대회에 도전하고 나서 팬들의 사랑을 더 받고 있지 않나"면서 "골프가 싫어지기 전까지는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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