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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맛] 名삼계탕 추적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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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뭔가 특별한 재료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어요." "대통령도 반할 맛이란 건 알겠는데…."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삼계탕 전문점 '토속촌'. 단골인 노무현 대통령의 부탁에도 "요리 비법은 가르쳐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곳이다.

이 음식점에 지난달 23일 '프로' 세 명이 모여 삼계탕 뚝배기를 시켜 놓고 분석 작업을 벌였다. 이 삼계탕과 똑같이 만들어보겠다는 게 이들의 야심이다. 주인공들은 최신애.김영호.변소영씨(약력은 그래픽 참조). 과연 이들이 요리 비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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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3일 토속촌 삼계탕 맛보기

"닭고기가 상당히 연하다. 삼(蔘) 냄새가 강하지 않아 편안하다. 국물이 미음처럼 걸쭉하다. 닭 비린내가 거의 없고 고소하다." 세 사람은 '값(1인분에 1만1천원)은 비싸지만 맛은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눈에 띄는 재료부터 정리했다. 닭은 두어달 키운 영계. 속에 찹쌀.삼.은행.대추.토종밤이 들어갔다. 통마늘이나 생강은 없다. 토종밤을 껍질째 반으로 잘라 넣은 점이 특이하다. 떫은 맛의 속껍질이 닭고기의 잡냄새를 없애는 효과를 노린 듯.

고명으론 흑임자와 잣.대파의 파란 부분을 잘게 썬 것이 올랐다. 국물은 뽀얗게 만들기 위해 찹쌀가루나 감자의 전분을 사용했을 것으로 최씨와 김씨가 추측했다. 여기에 율무.땅콩.호두 등 견과류와 황기.녹각.엄나무.감초 같은 한약재가 들어갔을 것으로 분석됐다.'맛내기의 포인트는 국물'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세 사람 모두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 5월 26일 1차 시도

최씨의 쿠킹 스튜디오. 다른 두명이 오기 전에 주인 최씨가 먼저 자신의 요량대로 삼계탕을 끓여 놓았다. "우와, 비슷하다." 최씨의 작품을 맛본 김씨와 변씨가 감탄했다. 그러나 숟가락질이 거듭되면서 지적이 잇따랐다. "국물이 걸쭉하지만 따로 노는 느낌이다. 삼 냄새가 너무 짙다. 고소한 맛도 덜하다. 닭이 크고 고기가 질기다."

변씨는 "지난 주말에 영계(2천1백원) 두 마리를 사다 끓여 봤는데 전분을 너무 많이 풀어 망쳤다"고 고백했다. 의논 끝에 내린 결론은 '국물 따로, 삼계 따로'였다. 국물은 기본 국물과 맛내기 국물로 나눠 준비하기로 했다. 삼계도 따로 적당히 익혀서 국물과 다시 끓여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끓인 삼계탕도 아직은 수준 미달.

*** 5월 29일 2차 시도

서울 여의도 63빌딩 4층 루프가든 주방. "친정엄마가 기본 국물에 닭발을 넣으라고 하던데요. 닭 발을 6시간 정도 푹 고면 젤라틴이 우러나와 국물이 걸쭉해진대요. 이 때 황기를 넣어주면 닭 비린내와 느끼한 맛이 가신대요."

손바닥만한 생닭 두마리를 앞에 놓고 정보 교환이 한창이다. 닭발은 바로 구할 수 없어 닭고기 잡뼈로 기본 국물을 준비했다. 맛내기 국물은 찹쌀.감자.호두.참깨.해바라기씨.호박씨.잣을 우유에 갈아 넣고, 삼계는 삶지 않고 따로 찜통에서 쪄내기로 했다.

찜통에서 나온 닭고기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기본 국물과 맛내기 국물을 섞어 한바탕 끓인 다음 찐닭과 다진 마늘을 넣고 다시 10여분 끓였다. 흑임자.잣.파를 고명으로 얹어 맛을 보더니 다들 흡족한 표정이 됐다. 최씨와 김씨는 "매우 비슷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재현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 6일 1일 주부 변소영씨의 독자 시도

주부 변씨가 6월 6일 저녁 친정어머니까지 초대해 실력을 발휘했다. 해바라기씨.호박씨.율무 등은 과감하게 빼고 분말 가루도 자신이 만든 맛내기 국물로 대신했다. 번거로웠지만 국물을 따로 만들고, 삼계도 따로 삶았다. 드디어 삼계탕 식탁 완성. 온 가족이 맛있다고 난리다. 10여일간 맛본 삼계탕에 질려 두 마리만 끓이는 바람에 정작 변씨 자신은 국물도 제대로 맛보지 못했다.

유지상 기자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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