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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10여 마리 … 청어 집단사냥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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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이 피오르 국립공원. 혹등고래 무리가 집단사냥을 하는 모습.

여름에는 알래스카의 남쪽 바다도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멕시코에서 하와이를 거쳐 수천㎞를 헤엄쳐온 고래 떼와 그 고래 떼를 보러온 수많은 인간 때문이다. 또 다른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만나기 위해 키나이 피오르(Kenai fjord)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앵커리지에서 남쪽 슈어드(Seward)로 가는 관광열차를 탔다. 1등석 개념의 ‘골드스타 서비스’ 좌석을 이용하면, 천장이 유리로 된 2층 좌석에 앉아 음료와 식사까지 즐길 수 있다. 가이드의 친절한 해설도 곁들여졌다. 열차는 바다를 끼고 달리다 깊은 산골로 접어들었다. 동물이 나타나거나 근사한 풍광이 펼쳐지면 속도를 줄이거나 아예 멈춰 섰다. 디날리 국립공원의 버스 투어와 비슷했다.

4시간 만에 슈어드에 도착했다. 승객 대부분이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유람선을 탔다. 항구를 떠난 배는 먼저 폭스아일랜드에 바짝 다가섰다. 바다오리·갈매기 등 수많은 새가 바위섬을 까맣게 덮고 있었다. 만화 캐릭터처럼 생긴 댕기바다오리도 있었다.

잠시 후 먼 바다에서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갈매기 수십 마리가 시끄럽게 울어대며 수면으로 다가섰다. 고래가 출몰했다는 신호다. 이내 혹등고래 몇 마리가 우아하게 유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꼬리와 지느러미를 물 밖으로 내미는가 하면, 수면 밖으로 점프하는 녀석도 있었다. 혹등고래 약 10마리가 요란하게 거품을 낸 뒤, 청어를 잡아먹는 집단 사냥 장면은 최고의 장관이었다. 선장은 “수십 마리가 한 무리로 움직이는 건 알래스카에서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배는 또 하나의 절경 속으로 빨려들었다. 아이어릭 만(Aialik bay)으로 접어들자 거대한 홀게이트(Holgate) 빙하가 나타났다. 바다에는 빙하 조각이 둥둥 떠 있었고, 이따금 빙하 조각이 바스러지며 우레 같은 굉음을 냈다. 다시 슈어드로 돌아오는 길에는 해달·바다사자·물개도 만났다. 수족관이나 동물원에서는 절대 누리지 못할 벅찬 감동이었다. 알래스카 철도(alaskarailroad.com) 앵커리지∼슈어드 1등석 왕복 294달러, 키나이 보트 투어(kenaifjords.com) 149달러.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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