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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78> 영화 리메이크·속편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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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유진 기자

세계 영화계에 원작의 재해석 열풍이 거셉니다. 올해 상반기 영화계는 ‘고전의 귀환’으로 정의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1993)’의 진화된 버전인 ‘쥬라기월드(2015)’, 암울한 미래를 그린 ‘매드맥스(2015)’가 대표적입니다. 쥬라기월드는 14억 달러(1조6000억원)의 수입을 거두며 개봉 1주만에 제작비 1억5000만 달러(1713억원)를 회수했다지요. 원작 다시 만들기에 푹 빠진 영화계를 살펴봤습니다.

원작 영화를 재해석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리메이크(Remake), 리부트(Reboot)로 표현된다. ‘다시 만든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리메이크는 이미 있는 영화 줄거리와 등장인물은 그대로 두고 배우와 감독만 바뀐다. 수십 년간 꾸준히 만들어진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전’이 대표적이다. 리부트(Reboot)는 등장인물은 그대로인 대신 새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배트맨·스파이더맨으로 대표되는 리부트 열풍은 올해 개봉한 ‘터미네이터’ ‘쥬라기월드’에서도 확인됐다. 실제로 역대 흥행작의 절대다수가 검증된 원작을 기반으로 변주된 영화들이다. 1979년·81년·85년 각각 리메이크됐던 ‘매드맥스’는 올해 작품으로 3억5955만 달러(약 45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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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5탄 촬영 돌입

 올해 개봉된 속편 영화 3편이 역대 흥행작 10위 내로 새로 진입했다. 2001년 1편이 나온 뒤 2015년 7탄이 개봉된 ‘분노의 질주7(3위)’과 ‘쥬라기월드(5위)’,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6위) 모두 속편 영화다. 올해 하반기에도 슈퍼히어로 영화 ‘판타스틱4’, ‘스타워즈’ 시리즈의 7탄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개봉된다.

 흥행 영화들은 절대 다수가 속편이 있다. 영화 정보 사이트 인터넷 무비 데이타베이스(IMDB)에 따르면 흥행 상위 50위에서 속편이 없는 영화는 ‘ET’(1982)뿐이다. 100위권 영화 중 속편이 없는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 ‘식스 센스’ ‘라이프 오브 파이’ ‘다빈치 코드’ 등 극히 일부다. 상위 100위 중 90% 이상이 해리포터·반지의 제왕·트랜스포머 등 시리즈물이다.

 한번 인기를 얻은 영화들은 속편 제작에 한창이다. 27억 달러(약 3조원) 수입을 거둬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는 2017년 개봉을 목표로 ‘아바타 2’를 제작 중이며, 8위인 ‘겨울왕국’(2013)도 속편 논의가 나왔다. 2012년 시작된 ‘어벤저스1’은 2018년 개봉을 목표로 3탄을 찍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도 2017년 7월 7일 개봉을 목표로 최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5탄 촬영에 들어갔다. 제작비만 2억50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총 4편)은 모두 상위 100위 안에 들었고 그간 거둔 수입 총액은 37억 달러다. 귀신 잡는 대행회사를 다룬 ‘고스트 버스터즈’는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여성 버전으로 촬영 중이다. 하지만 모든 속편이 성공한 건 아니다. ‘타이타닉’(1997)은 흥행 수입 역대 2위(22억 달러)를 지키고 있지만 2010년 나온 2탄은 참패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23위인 ‘라이온킹’(1994)은 98년 2탄이 나왔으나 반응은 별로였다.

‘로빈후드’ 9차례 리메이크 기록

 ‘킹콩’(1933·1976·2005), ‘오션스 일레븐’(1960·2001) ‘로미오와 줄리엣’(1968·1996)은 리메이크 영화의 대표 성공사례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29년 처음 영화화된 이래 수차례 리메이크됐다. ‘청순 여신’ 올리비아 핫세를 배출한 68년작은 제작비 85만 달러로 3890만 달러 수입을 거뒀다.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가 열연한 96년작은 1450만 달러 예산으로 1억4755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리메이크는 신세대 관객에게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기성세대에는 추억을 안겨준다. 리메이크는 30년대부터 활발했다. 의적 이야기를 다룬 ‘로빈후드’(1912)는 35년부터 시작해 38, 48, 52, 60, 73, 91, 93, 2010년까지 리메이크됐다. 26년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위대한 개츠비’는 74년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우 등이 출연했다. 2013년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주연으로 또 한 번 제작됐다. 이탈리아 영화 거장 고(故) 페데리코 펠리니가 만든 ‘달콤한 인생(1960)‘도 최근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달콤한 인생’은 사교계 담당 신문기자인 마르첼로의 눈을 통해 전쟁 직후 경제부흥을 맞던 이탈리아 사회의 타락상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한국 리메이크 대표주자는 ‘춘향전’이다. 35년 처음 영화화돼 61년 신상옥 감독 버전, 71년 신성일과 문희 주연 등으로 사랑 받았다. 99년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으로 재해석해 스크린에 올렸다.

 의외의 리메이크 작품도 있다. 알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1992)도 알고 보면 1974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여인의 향기(Profumo di donna)’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맥 라이언과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시티 오브 엔젤’(98)도 1987년 나온 독일영화를 리메이크 한 것이다.

 올해 말 극장가에는 리메이크 거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반전(反戰)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가 눈길을 끈다. 이 두 작품은 우연찮게도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대니얼 래드클리프에게 동시에 러브콜을 보냈다. 래드클리프는 결국 프랑켄슈타인의 ‘이고르’ 역을 택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영국 TV드라마 ‘셜록1, 2’를 연출했던 폴 맥기건이 메가폰을 잡아 화제가 됐다. ‘프랑켄슈타인 1’은 31년, 2탄은 94년에 각각 나왔다. 94년작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1차 대전에서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년 첫 제작돼 오스카 최우수 영화상과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79년에 한 차례 리메이크됐지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2015년 리메이크를 맡은 로저 도널드슨 감독은 미 국방성을 무대로 한 스릴러 ‘노웨이 아웃’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칵테일’을 감독했다. 달리는 마차 장면으로 유명한 ‘벤허’(1959)는 2016년 2월 26일 개봉을 목표로 한다. 러시아 출신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감독을 맡았다. 월트디즈니는 ‘시스터액트’ 3탄을 제작하기로 했다. 범죄 현장을 목격한 들로리스(우피 골드버그 분)가 수녀로 위장한 뒤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한국영화, 미국·중국서 재탄생하기도

 공포영화는 리메이크가 가장 많이 되는 장르다. 2016년 재탄생하는 ‘13일의 금요일’은 80년, 2009년에 각각 리메이크됐다. 2016년 5월13일 금요일에 맞춰 개봉된다. 공포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은 늘 리메이크 1순위다. 대표작인 ‘사이코’는 60년에 나온 뒤 98년 리메이크됐다. 새가 인간을 공격하는 섬뜩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새(1963)’도 리메이크 예정이다.

 리메이크는 동서양을 넘나든다. ‘황야의 7인(1960)’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했다. 2017년 1월을 목표로 할리우드에서 한 차례 더 리메이크된다. 덴젤 워싱턴, 이선 호크, 이병헌 등이 캐스팅됐다.

 한국 스릴러물 ‘복수는 나의 것’(2002)은 2018년 미국서 리메이크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홍콩 영화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로 2007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주로 중국에서 리메이크 러브콜을 받고 있다. ‘건축학개론’ ‘시라노 연애 조작단’ ‘그 놈은 멋있었다’ 등이 물망에 오른다. 올해 초 개봉한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 리메이크 ‘20세여 다시 한 번’은 3억6500만 위안(638억원) 수입을 올렸다. 한중 합작 ‘엽기적인 그녀2’도 조만간 개봉된다.

‘구니스’ ‘쥬만지’ 등도 리메이크 논의

 인기 영화는 항상 리메이크 대상으로 거론된다. 모험영화 ‘구니스’(1985)도 올해 30주년을 맞아 리메이크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달 영화 전문 사이트 IMDB가 선정한 리메이크 논의가 오가는 작품에는 ‘쥬만지’(1995)도 있다. ‘쥬만지’는 고(故) 로빈 윌리암스가 출연했던 영화로 게임을 하다가 게임판 안에 갇혀버린 남자와 이를 발견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감독을 맡았던 매튜 톨마치가 감독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쥬만지’ 촬영 당시 13살이었던 커스틴 던스트(33)가 속편에 출연할 수도 있다고 컬럼비아픽처스 측이 밝혔다. ‘애들이 줄었어요(1989)’도 리메이크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 우연한 실수로 아버지의 발명품에 의해 8㎜로 줄어든 아이들이 모험을 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돌아온다는 줄거리다. 84년 1편을 시작으로 94년 7편까지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도 속편 제작 단골 영화다. ‘맨 인 블랙 4’와 ‘탑건 2’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이밖에 조난 영화의 고전 ‘클리프행어’(1993), 오드리 헵번이 출연했던 ‘마이 페어 레이디’(1964)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는 없다”며 반기를 드는 감독도 있다.

SF영화 히트작 ‘백 투 더 퓨처’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하면서 ‘백 투 더 퓨처 1’ 을 다시 재해석하겠느냐는 질문에 “나와 작가가 살아있는 한 그럴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 투 더 퓨처는 90년대에 3편까지 제작됐지만 그 뒤로는 리메이크나 리부트 작품이 없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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