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가 銀行 주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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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은행 매각을 반대하는 조흥은행 노조의 언동(言動)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한국노총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매각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25일부터 은행전산시스템을 멈춘 채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각을 강행하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의 극렬한 총파업'을 벌임은 물론 향후 5년간 현 정권은 노동계와 극단적 대치 속에 지낼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불법적 행동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는 더 극단적 방법으로 정부 정책을 좌절시키겠다고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은행 전산망 다운은 외환위기 직후 동화은행 등 5개 은행이 퇴출 될 때도 발생하지 않은 일로 고객을 볼모로 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조흥은 노조는 신한지주에 매각 결정이 난 직후 은행 공식문서인 대출원장을 무단으로 빼돌려 실사를 방해했고 엊그제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회의장에 난입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구조조정의 고통은 이해한다. 따라서 매각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승계 등을 여건이 허락하면 들어주는 게 옳은 해법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노조가 은행 매각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고 그렇게 처리된 금융구조조정의 전례도 없다. 노조가 비상식적 행동으로 치닫는다면 입지를 좁히고 설득력을 잃을 뿐이다.

조흥은행은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도 경영정상화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만큼 노조원도 현재의 부실을 불러온 당사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이들이 국민에게 죄송스러워하지는 못할망정 역으로 위협하고 나설 수가 있는가.

노조 측에선 대통령 측이 당선자 시절의 (독자생존)약속이행을 강조하나 설사 그런 약속이 있었다 해도 정치적으로 처리될 일이 아니다. 조흥은행의 장래는 어디까지나 금융산업 발전과 공적자금의 회수를 고려해 결정할 일이다. 정부도 더 이상 떠밀려선 안되며 이제는 국민도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