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언론 탓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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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언론관을 후보 시절 언론특보가 거세게 비판했다. 바로 한나라당 강성구(姜成求.사진)의원.

방송기자 출신으로 MBC사장을 지낸 姜의원은 지난해 6월 민주당 노무현 후보 특보로 임명됐으나 두달 만에 그만두고 '반노(反盧)의 길'을 걷다가 지난해 11월 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盧후보의 특보를 그만두며 그는 "여러 번 의견 제시를 했지만 도통 말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11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질타했다. 姜의원은 이날 미국의 조직개발전문업체(Q. B. Q) 설립자인 존 G 밀러의 책을 들고 나왔다.

그는 책의 내용을 인용,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면서 "언론의 자유가 위태롭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을 대면 언론 자유는 시들고, 민주주의는 끝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또 "盧대통령이 오마이뉴스.문화일보.한겨레 등 입맛에 맞는 언론하고만 인터뷰한 것은 소아병적.전투적 언론관을 보여준 것"이라며 "'조폭언론''족벌언론'이 있다면 이들을 잡아 가두고 견제하는 '경찰언론'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비판했다.

盧대통령이 인터넷 편지를 통해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李基明)씨를 두둔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으로서 공인의 모습이 아니라 의혹이 있는 사람에 대한 변호사 역할을 자임한 듯했다"며 "권력자의 오만과 편견을 보여준 것"이라고 공격했다.

姜의원은 언론 주무 장관인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연일 언론 비난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언론을 감시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정부가 아니라 알 권리를 막는 닫힌 정부"라고 비판했다.

일문일답에서 李장관은 "공직 업무를 맡으면서 언론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손상된 것 같아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李장관이 盧대통령의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발언을 언론이 크게 다룬 것에 "균형 감각의 문제"라고 한 라디오 발언에 대해서도 姜의원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姜의원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뉴스가치가 있고 당연히 국민에게 전달돼야 한다"고 지적하자 李장관은 "바른 소통의 중요성을 말한 것으로 편집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姜의원은 "상품은 저질로 만들어놓고 포장만 잘 하려고 하느냐. 언론 주무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자체가 편집권 침해"라고 쏘아댔다.

고건(高建) 총리는 "조폭언론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참여정부는 정도를 걸어가며 (언론과) 견제와 공존을 하자는 것이고 언론개혁은 언론이 스스로 해야 할 영역"이라고 답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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