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른 주가…700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종합주가지수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650선을 돌파했다. 경기 상황이 안 좋은데도 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년여 동안 침체한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튼 것인지, 상승세를 멈출 걸림돌은 없는지 짚어봤다.

◇외국인의 힘=지난달 28일 이후 외국인은 11일까지 총 1조4천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샀다. 외국인이 10일간 연속으로 순매수(산 주식에서 판 주식을 뺀 것)한 것은 4년7개월 만이다. 순매수 일수로만 보면 1995년 이후 20위지만 금액으로는 역대 9위다. 그만큼 매수 강도가 강했다는 얘기다.

3백80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데도 주가가 오른 데는 외국인의 공이 컸다. 연초 이후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은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되리란 기대감에 뉴욕 증시로 돈이 들어오자 다시 이 돈으로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산 종목은 엔씨소프트.삼성전자.우리금융지주.LG산전.제일모직 등이었다. 특히 LG산전은 외국인이 7일 연속 매수하면서 주가가 61% 급등했고, 우리금융(14%).제일모직(11%)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외국인 매수 종목에 상승 탄력이 붙고 있다.

◇주가 더 오를 수 있나=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 하반기에 9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미 달러화가 약세를 멈추면서 아시아 증시와 정보기술(IT)주들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조3천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매수 잔고가 향후 주가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주가지수선물.옵션.주식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 위칭 데이)인 12일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는 종합주가지수가 하반기에 750~800선엔 이를 것으로 봤다. 그는 "IT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사 문제와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돼야 본격적인 상승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하반기 중 800선을 돌파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당장 강세장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 속도가 더딘 상황이어서 최근 한.미 증시가 과열권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1분기에 북한 핵 문제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카드채.SK글로벌 사태 등 악재들이 얽혀 외국인이 주식 사기를 꺼렸다"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 기미를 보이는 데다 3분기 이후 세계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전망에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李전무는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넘을 때까지 외국인이 1조원 이상의 주식을 더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어두운 경기전망=외국인이 계속 주식을 사고 여기에 개인투자자.기관투자가들이 가세할지는 경기와 기업실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결국 거품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망이 밝지 않다. 대우증권 신후식 박사는 "1분기 중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몫은 80%로 과거보다 높았다"며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에 연동된 중국 위안화가 동반 약세를 보임에 따라 선진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 업체에 밀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내수도 쉽게 살아날 조짐이 안 보인다.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4조1천억원 가량의 돈을 푼다고 하지만 경색된 금융시장이 문제다. 申박사는 "카드 대금.가계대출 연체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에서 소비.제조업 지수가 호전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부양책없이 경제가 자생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감세(減稅)정책으로 소비가 약간 살아나고, 저금리로 시중 현금흐름이 좋아진 것일 뿐 구조적으로 미 경제가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