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피한 행운의 사나이 사스에 희생될 줄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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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했던 9.11 테러를 극적으로 피했던 홍콩 출신의 한 변호사가 결국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걸려 목숨을 잃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행운이 불행으로 바뀌어 버린 운명의 주인공은 지난 4월 16일 홍콩의 장쥔아오(將軍澳)병원에서 사망한 프랭키 추(朱.41).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추는 2년 전까지 미국에서 15년간 거주하며 맨해튼 5번가에서 법률회사를 운영해 왔다.

추는 9.11 테러 당시 비행기 충돌로 무너져내린 세계무역센터(WTC)의 한 건물 20층에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행하기로 한 부인이 친구에게 때마침 전화를 거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져 맨해튼행 기차를 놓치게 됐다.

운좋게 참사를 피한 추는 정신적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홍콩으로 귀향했다. 이후 교육사업에 뛰어든 추는 지난 3월 15일 사업차 베이징(北京)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72세의 사스환자가 탑승한 이 비행기에서 또 한번 추의 팔자가 뒤바뀐다. 추를 포함한 18명의 승객이 사스에 감염된 것이다. 그로부터 4일 후 사스가 발병한 추는 한달 후 불귀의 객이 됐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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