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회의서 남북 외교수장 악수만 한채 헤어져

중앙일보

입력

5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남북 외교 수장들은 악수만 나눈 채 헤어졌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저녁 말레이시아 정부가 주최한 환영만찬이 열린 푸트라월드트레이드센터(PWTC) 4층 연회장 앞에서 이수용 북한 외무상과 마주쳤다. 만찬 시작 전 각국 외교장관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순간이었다. 이 외무상과 멀리 떨어져 있던 윤 장관은 사진촬영 뒤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안녕하십니까. 작년에 이어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외무상은 웃으며 손을 잡긴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전 대기실에서도 입장 순서의 시간 차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접촉은 없었다고 한다.

ARF는 북한 외무상이 참석하는 지역 내 유일한 다자회의다. 지난해에도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은 ARF가 열린 미얀마 네피도에서 만났지만 인사말 외에 깊은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환영 만찬에서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의 자리도 무대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떨어져 있었다. 공교롭게도 행사가 끝날 무렵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이 불과 두세 발걸음 거리를 두고 비슷하게 행사장을 떠났으나 추가적인 대화나 인사는 없었다. 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항상 대화에 열려 있는 입장인데 오늘은 특별히 기회가 없었다. 억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6일에도 조우의 기회는 남아 있다. ARF 외교장관회의 리트리트 및 플레너리 세션에서다. 남북은 각각 발언 기회를 얻어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특히 북한 측이 행사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진다.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자회견을 해서) 대표단 중 한 사람이 설명을 하면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정확히 써 달라"며 웃기도 했다. 앞서 오전 이 외무상은 남한과 접촉할 계획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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