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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김희애, 의원보좌관 송윤아 … 더 강해진 언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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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왼쪽부터 강력계 형사 역을 맡은 김희애, 국회의원 보좌관 역의 송윤아, 38세 늦깎이 대학신입생으로 등장할 최지우. [사진 SBS·KBS·CJ E&M]

40대 여배우들의 TV드라마 캐릭터가 갈수록 다채로워진다. 이번 주 새로 시작한 ‘미세스 캅’(SBS 월·화)에는 김희애(48)가 강력계 형사로 등장했다. 김희애는 ‘밀회’(JTBC·2014)에서 나어린 청년과 열정적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도 연기의 지평을 넓힌 바 있지만, 형사처럼 직접 달리고 구르는 역할은 처음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40대에 이처럼 활동적인 캐릭터를 맡긴 쉽지 않다”며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애가 연기하는 주인공 최영진은 형사인 동시에 유치원생 딸을 둔 싱글맘, 범인 쫓느라 엄마 노릇 제대로 못하는 워킹맘이다. 기존 형사 드라마와 차별화를 꾀한 지점이다.

 직전에 ‘마마’(MBC·2014)에서 강렬한 모성을 연기했던 송윤아(42)는 지난달부터 방송중인 ‘어셈블리’(KBS2 수·목)에서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정치를 더 잘 아는 의원보좌관 최인경으로 활약 중이다. 보궐선거에서 보수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해직노동자 출신 의원 진상필(정재영)이 좌우 분간 못하는 정치 초보인데다, 그를 이리저리 이용만 하려는 각 계파의 꿍꿍이 때문에 번번이 고군분투를 벌인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시청층이 세분화된 비지상파 드라마와 달리 지상파 드라마는 중장년을 기본 시청층으로 겨냥하기 때문에 여주인공 연령대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 말했다. 그는 “그 주된 틀이 과거에는 사랑, 즉 멜로였다면 요즘은 일, 즉 직업의 세계가 분명히 드러난다”며 “이런 장르적 성격 때문에 장르물에 익숙한 젊은 세대로도 시청층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장르에 따라 시청자의 친숙도는 다르다.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의 시청률은 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 드라마의 정현민 작가는 정치적 함의가 풍부한 사극 ‘정도전’(KBS1·2014)으로 큰 화제를 낳았지만, 신작의 반응은 그에 못미친다.

반면 ‘미세스 캅’은 1·2회 각각 8.4%, 9.4%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출발했다. 1·2회의 전개는 형사드라마의 상투적 설정을 답습하며 캐스팅 이상의 새로움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형사 김희애’의 효과를 가늠하게 했다.

문화평론가 공희정씨는 “40대 시청자들에게 동년배 여배우들이 멜로를 연기하는 모습이 나이를 잊게 한다면, 활동적이고 새로운 역할을 하는 모습은 생활인으로서의 공감이나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층을 넓히려는 점에서 ‘두 번째 스무살’(tvN 금·토)은 반대 방향의 시도가 눈에 띈다. 비지상파인 이 채널의 기존 드라마가 젊은 세대를 주로 겨냥했던 것과 달리 주인공이 38세 늦깎이 대학생이다. 19세에 아기를 갖고 청춘을 못 누린 채 살아오다 아들과 나란히 15학번 신입생이 된다는 설정이다. 최지우(40)가 주인공 하노라 역을 맡아 이달 말부터 방송한다.

CJ E&M 이민진 프로듀서는 “‘미생’이 그랬듯 30대가 관심 갖는 드라마는 20대도 보고, 전연령대로 퍼진다”며 “캠퍼스를 무대로 요즘 대학생들 얘기와 30대 후반의 하노라가 겪는 일을 함께 다뤄 2030이 같이 보는 드라마, 40대 이상도 이질감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극본은 지상파에서 큰 인기를 누린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SBS·2009), ‘내 딸 서영이’(KBS2·2012~2013) 등을 썼던 소현경 작가가 맡았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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