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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도륙하고 사자 죽이고…젊은 여자 사냥꾼에 비난 쇄도

중앙일보

입력

사냥한 기린과 함께 포즈를 취한 코가텔리. [코가텔리 페이스북]

짐바브웨 ‘국민 사자’ 세실을 미국 치과 의사가 도륙해 세계의 공분을 산 가운데 이번에는 기린을 죽인 미국 여자 사냥꾼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아이다호주의 한 대학에서 회계원으로 일하는 새브리나 코가텔리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사냥으로 잡은 동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그는 사냥 여행을 떠나기 전 “(사냥을) 몹시 싫어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 포스팅(SNS에 새 글을 올리는 것)을 주목하라. 곧 충격에 빠질 것”이라며 사냥에서 잡은 동물의 사진을 올릴 것을 예고했다.

자신을 ‘이탈리안 여자 사냥꾼’으로 칭한 코가텔리는 치과 의사 월터 파머가 세실을 적법한 사냥 구역 바깥으로 유인해 죽인 뒤 머리를 벤 그 다음날인 7월 25일부터 ‘전리품’을 차례로 공개했다.

기린을 비롯해 쿠두 영양, 임팔라 영양, 아프리카 흑멧돼지 등을 포획하고 의기양양하게 웃는 사진이 그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도배했다. 그는 기린의 사체로 몸을 감싼 사진 밑에 “이렇게 놀랍다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코가텔리는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내고 사파리 사냥에 참가했다. 남아공ㆍ짐바브웨ㆍ나미비아에서 기린 사냥은 합법이다. 짐바브웨는 세실 도륙 사건 이후 사자ㆍ표범ㆍ코끼리 사냥을 전면 금지했지만 기린에 대해선 여전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

사냥의 적법 여부를 떠나 세실의 도륙 사건으로 과시용 박제품을 만들기 위한 ‘트로피 사냥’이 논란이 된 가운데 코가텔리의 사진이 사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특히 사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보란 듯이 사진을 올린 그의 행태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페이스북에서는 코카텔리를 비난하는 댓글이 2만건 이상 올라왔다.

코가텔리는 사태가 커지자 3일 NBC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모든 사냥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취미를 나무랄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또 “단순하게 동물을 살육한 것이 아니라 내겐 사냥”이라며 “사냥했다고 해서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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