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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동아시안컵 앞둔 중국 "한국 축구 두렵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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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이젠 두렵지 않다." 2일 중국 우한에서 한국과의 동아시안컵(JTBC 단독 생중계) 1차전을 앞두고 중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양슈(28·산둥 루넝)는 이렇게 말했다.

1978년부터 한국에 11무16패로 고개를 숙였던 중국은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을 3-0으로 꺾었다. 중국 티탄스포츠 양사오뤼 기자는 "공한증(恐韓症)은 옛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축구 발상지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황제가 병사를 훈련시키기 위해 축국(蹴鞠)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중국이 축구 발상지가 맞다"고 지난 2004년 공인했다.

그런데 중국은 축구를 못한다. FIFA 랭킹도 최근 100위 안에 진입(현재 77위)했다. 중국 정부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하에 '소황제'로 자란 중국 선수들은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이장수(59) 전 광저우 헝다 감독은 "조직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중국인의 마음이 축구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중국에는 '한 명이면 용(龍), 세 명이 모이면 벌레'란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중국축구는 2013년 '추미(球迷·축구광)' 시진핑(62) 국가주석 취임과 함께 날개를 달았다. 시진핑의 세 가지 소원이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10년 광저우 헝다를 인수해 대성공을 거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전국인민대표회의 성공위원으로 발탁돼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최근 중국 재벌들은 앞다퉈 프로팀을 인수해 연 1000억원 안팎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 왕난 기자는 "시진핑 주석은 독일·네덜란드 등 각국 정상들과 회담에서 축구 이야기를 나눈다. 중국축구의 고속 성장에는 시진핑 역할이 크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선수와 지도자들도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는 올 여름 브라질 국가대표 호비뉴(31·광저우 헝다) 등 월드 스타들을 영입하면서 1억 유로(약 1283억원)를 투자했다. 또 루이스 스콜라리(67·브라질) 광저우 헝다 감독도 데려왔다.

K리그 전북의 최강희(56) 감독은 "과거 중국 프로팀들은 후반 15분이 지나면 밸런스가 깨졌다. 하지만 세계적인 감독이 부임한 후 조직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61·독일) 한국 감독은 "중국이 우승후보고, 우리는 도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명장 알랑 페렝(59) 감독 부임 후 중국대표팀은 한층 강해졌다. 광동TV의 지지 기자는 "페렝 감독은 선수들과 자주 미팅하며 끊임없이 신뢰를 준다. 중국축구의 가장 큰 변화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오뤼 기자는 "페렝은 조세 무리뉴(52) 잉글랜드 첼시 감독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명장"이라고 극찬했다.

중국축구의 미래는 더 더 무섭다. 아시아 축구계를 뒤흔든 광저우 헝다의 모기업 헝다그룹은 중국 기업서열 100위권 밖이다. 중국 2부리그 허베이의 모기업인 부동산업체 화샤싱푸의 왕웬슈 회장은 중국 6위 재벌(개인자산 3조원 이상·추정치)이다. 상하이 상강, 상하이 선화 등 중국팀들은 향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6일 '중국 축구 개혁 종합방안 50개조'를 발표했다. 초·중학교 체육과목에 축구를 필수 지정하고, 2025년까지 축구특성화학교 5만 개를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다. '풀뿌리 축구'도 튼튼하게 키우겠다는 의도다.

중국축구가 한국을 추월한 건 아직 아니다. 양사오뤼 기자는 "한국축구와 중국축구의 차이는 마지막 5분~10분의 집중력에서 갈린다. 지난 1월 아시안컵 한국-호주의 결승에서 손흥민(22·레버쿠젠)이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넣었다. 현재 중국축구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재팬풋볼 출신 일본 프리랜서 기자인 모리 마사후미는 "중국의 '머니 사커'가 머지 않아 아시아 축구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면서도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매년 우승을 하지는 못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혼(魂)이 담겨있지 않은 축구는 힘이 없다. 일본과 한국축구에는 혼이 있다"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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