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대면 모니터 빨간불, 똑똑한 싱가포르 수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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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영장 이용객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 모니터에 노랑색 또는 빨강색으로 표시된다. 파시리스 스포츠센터 관계자(오른쪽)가 익사 방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도 홍천군 한 리조트 야외 수영장. 10대 소년이 수영을 하다가 1.5m 깊이의 물에 빠져 숨졌다.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물놀이 사망사고는 연평균 44건이 발생했다.

 여름철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상하의 나라 싱가포르에선 익사사고 소식을 듣기 어렵다.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학교와 스포츠 시설에서 철저히 하고 있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익사사고 방지 시스템을 갖춘 수영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싱가포르 교외의 파시리스(Pasir Ris) 스포츠센터. 국제 규격의 야외 수영장 곳곳에는 8대의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은 스포츠센터 내부 사무실의 모니터로 전송된다. 수영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 징후를 보이거나 익사 위험이 있을 경우엔 즉각 모니터에 노랑색 또는 빨강색으로 표시된다. 그러면 안전요원이 즉각 출동해 사고자를 구출하는 시스템이다.

 파시리스 스포츠센터 운영책임자 푸스파나탄은 “익사사고 방지 시스템을 가동한 뒤 사고 발생률이 0%가 됐다. 우리 수영장에선 익사사고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스포츠 안전만큼은 선진국이다. 싱가포르는 2007년 정부기관인 스포츠 싱가포르 산하에 스포츠 안전위원회를 설립한 뒤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스포츠 안전위원회 델핀 퐁 이사는 “익사사고 방지 시스템을 좀 더 운영해 본 뒤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30여 개 공립 스포츠센터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스포츠 안전위원회는 의사·간호사·공무원·군인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안전을 생각하고, 안전하게 활동하면서, 안전을 유지하자(Think Safe, Play Safe, Stay Safe)’는 게 이들의 모토다. 스포츠 안전위원회는 스포츠 활동에 앞서 스스로 몸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PAR-Q(Physical Activites Readiness Questionnaire)’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퐁 이사는 “우리의 또 다른 모토는 ‘모든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All Accidents are Preventable)’이다. 사고 발생률 0%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주기적으로 각급 학교를 방문해 만화와 그림 등을 활용해 사고 예방교육을 한다. 또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증세를 일으켰는지 철저히 분석한 뒤 이 케이스를 청소년에게 알려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포츠 안전위원회는 안전교육과 시설 확충을 위해 해마다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스포츠개발원 김미옥 박사는 “싱가포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스포츠 안전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만화를 활용해 다양한 안전교육 자료를 제작하고 버스정류장 등 공공시설에 배너를 설치하는 등 배울 점이 많다. 우리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스포츠 안전 관련 실무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글·사진=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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