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평에 비친 오바마, 연인 가로채이고 초원서 폼 잡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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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24일 ‘홈커밍’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에는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을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창을 손에 쥔 채 초원의 얼룩말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관련 기사하나 없이 게재된 이 만평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뿐 아니라 케냐에 대한 공격적인 만평”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부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게으르고 전략 없는 모습으로 비꼬았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오마바 대통령이 당선된 때부터 의아한 태도를 보였다. 흑인이며 아프리카 배경을 가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지금도 오바마 대통령을 ‘블랙 O’라고 지칭하고 있다.

글로벌 타임스는 27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를 환영한다고 하지만 이 같은 외교적 수사가 중국을 라이벌로 여기고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걱정하는 미국의 속내를 감출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화 통신도 "아프리카를 도울 것이라는 미국의 약속이 의심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서 뭔가를 이뤄내려면 오바마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며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아프리카 언론도 미·중 사이 관계에 대한 만평을 그렸다. 케냐의 한 언론은 중국의 대규모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미국을 가깝게 대하는 모습을 지난 26일 만평으로 그렸다. 로맨스는 미국과 펼치고 있지만 실상 뒤로는 중국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성장과 기회를 위한 법률’(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을 개정해 일부 교역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아프리카 정책을 재검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등 물량 공세에 밀리는 모습이다. 이미 2009년부터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 무역국에 올라섰고 지난해 무역 규모는 2220억 달러(약 257조원)를 넘었다. 반면 4년전 1250억 달러 규모였던 미-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지난해 720억 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과 비교하는 1/3규모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도 "미국이 중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 규모를 따라잡기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지적했다.

오마바 대통령의 순방은 28일로 종료됐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둘러싼 미·중 사이에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연합(AU) 연설에서 “미국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라며 “경제 관계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력을 들여와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천연자원을 수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중국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경제뿐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정치적 접근 방식도 차이가 있다. 중국은 베이징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암'으로 규정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사진 출처=글로벌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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