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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심한 대학 1위 하버드…美 아이비리그 자살 급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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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아이비리그=중앙포토]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중 하나인 펜실베니아대(유펜) 2학년에 재학중인 한구계 미국인 잭 박씨는 2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 그는 기숙사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지난 3월 자살 시도를 언급하는 글을 학교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명문대생이라는 부담에 고통 받지만 이를 드러낼 수 없는 문화가 학생들의 자살을 이끈다”며 “항상 최고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지만 이를 드러낼 수 없는 문화가 우울증 등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화려한 생활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받으며 자신의 약점을 감추다 보니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박씨가 재학중인 유펜에서는 지난 15개월 사이 6명의 학생이 자살했다. 박씨는 자살 시도를 고백하며 전화번호를 공개했는데 자살을 고민하며 상담해 온 이들만 100명이 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인터넷판을 통해 박씨의 경우처럼 미국 명문대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유펜 외에도 코넬대학에서 2009~2010년 6명이 자살했고, 뉴욕대에서도 2003~2004년 5명이 목숨을 끊었다. 뉴올리온즈에 있는 툴레인 대학에서는 올해만 4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예일대도 지난 4월 자살한 학생이 유서에서 정신적 문제로, 휴학하면 복학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 정신적 문제로 휴학할 경우 복학이 보장되도록 학칙을 바꿨다. NYT는 “대학 입학 후에도 극심한 경쟁을 겪으며 외형적 성공을 쫓다 보니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성공을 강조하는 극성 학부모도 자살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씨가 “페이스북에 훌륭한 음식을 먹고, 훌륭한 시간을 보냈다는 글만 써야 했다”는 고백과 맥을 같이 하는 분석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이상의 대학생이 자살한다. 자살예방자원센터(SPRC)는 대학생의 약 7%가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보고하고 있다. 20대 사망원인 중 2위가 자살이다. 미국 대학생 자살률은 지난 10년간 10만명 당 6.5~7.5명 꼴이지만 명문인 MIT는 2배가량 높은 12.5명이었다. 하버드 대학도 지난 10년간 평균 자살률이 11.8명(10만명 당)에 달했다. 하버드는 올해 칼리지매거진이 선정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대학 1위에 꼽히기도 했다. 2위로 선정된 스탠퍼드에서도 23%에 달하는 학생들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MIT의 경우는 4위였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명문인 런민(人民)대학에서 지난 5월 왕모 군이 투신 자살하는 등 1년사이 3명이나 자살을 택했다. 왕군도 SNS를 통해 “아무런 재능이 없는데다 용기도 없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런민대는 2004년 이후에만 1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에서는 대학뿐 아니라 지망 명문고에서도 자살을 막기 위해 건물 전체에 철창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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