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끝내기안타·MVP 김태진 "기도하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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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혈전의 승자는 광주일고였다. 4시간 14분간의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끝낸 중견수 김태진(19)은 대통령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광주일고는 2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케이토토 협찬) 결승에서 연장 11회 말 2사 만루에서 김태진의 끝내기 안타로 성남고를 11-10으로 물리쳤다.

비가 경기 내내 내린 가운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피 말리는 승부는 연장 11회 끝났다. 11회 초 1점을 내줘 10-11로 몰린 광주일고는 1사 뒤 김우종의 평범한 내야 뜬공이 안타가 되는 행운 이후 홍신서의 안타, 류승현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신제왕의 몸맞는공으로 10-10 동점을 만들었고, 김태진이 친 뜬공을 3루수 이동규가 놓치면서 경기가 끝났다.

이날 6타수 4안타·5타점을 기록한 김태진은 타점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김태진은 "어려운 경기를 이겨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고 웃었다.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김태진의 어머니 박현정(47)씨는 "태진이가 전주에서 광주로 가서 홀로 자취하면 힘겹게 야구를 했다. 힘든 내색하지 않고 이런 성적까지 낸 것이 너무 기특하다"며 "성적이 안 나올 때는 나올 때까지 훈련을 계속할 정도로 끈질긴 아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태진과의 일문일답.

- MVP 수상 소감은.
"수상은 생각도 기대도 안했고, 편하게 하자는 생각 뿐이어서 지금도 얼떨떨하다. 수비에서 실수가 있어서 죄책감이 있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잘 칠 수 있었다."

- 다음달에 프로야구 드래프트가 있다.
"지명을 받으면 반드시 프로에 가고 싶지만 시즌 타율이나 성적이 좋지 못해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아마 대학에 진학할 듯 한데 가서도 야구 포기하지 않고 4년 동안 열심히 해서 꼭 프로구단에 들어가고 싶다."

-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LG 이병규(9번) 선수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부드럽고 편한 모습을 닮고 싶다."

- 본인의 장점이 있다면.
"큰 거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짧게 끊어쳐 최대한 출루를 많이 하고 번트나 도루 등 주루 플레이도 즐기는 스타일이다."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작년에 졸업하고 일본 사회인 야구단 리세이샤 학원에서 활동 중인 (한)두솔이처럼 열심히 하는 선수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열심히 하겠다."

김원 기자, 이성웅 인턴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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