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철도 분단' 마침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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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오는 14일 경의선.동해선 연결식을 개최키로 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비록 경의선의 북측 구간 공사가 남아 있고, 동해선 공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군사분계선(MDL) 상에서 두 철도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 개최가 곧 철도 개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 간 동맥 잇기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 철도 연결에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것도 주목거리다. DJ 정부 말기 남한 당국의 철도 연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조기 연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결식은 큰 틀에서 보면 지난 정부 때 추진해온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북한이 핵 문제를 둘러싼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남북 관계 개선 쪽으로 나선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6.15 공동선언 3주년을 하루 앞둔 14일로 연결 행사가 잡힌 것은 북한 측의 강력한 주장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민족 공조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새로운 남북 회담 문화도 열었다. 남측 대표단은 32년간의 남북 회담 사상 처음으로 MDL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회담장인 개성 자남산 여관까지 출근했다. 남측 대표단 14명은 회담 기간 매일 오전 7시30분에 버스를 타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을 나서 북측 임시 입국심사소(CIQ)까지 이동한 뒤 북측에서 제공한 수송 차량을 타고 회담장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하루 4시간여 이동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회담의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게 통일부 측의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MDL 개방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 절약을 위해 양측은 점심식사 시간에도 회담 의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며 시간을 보냈던 과거 회담 형태에서 벗어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회담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은 또 개성과 서울이 일일 공동생활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시켜줬다.

철도 연결식=MDL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25m 궤도를 각각 설치하는 행사다. 다만 남북이 연결식을 하더라도 실제 열차 운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의선의 경우 1단계 공사구간인 MDL에서 북측 판문역(개성공단 입구)까지의 4.5km 구간 중 2.2km만 궤도 공사를 종료했고 나머지 2.3Km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동해선 남측 구간은 철도 연결식을 위해 MDL 남쪽 1백m 구간만 궤도 공사를 마쳤고, 그 남쪽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노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북쪽지역 역시 군사분계선에서 북방 4백m 구간만 궤도 설치 작업을 마친 상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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