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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일대서 버젓이 팔리는 피라니아 … “7000원만 내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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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동대문구의 파충류 판매업소 입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늑대거북을 팔고 있었다. [황수연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묘앞역 6번 출구 인근의 일명 ‘수족관 거리’. 각종 희귀종을 판다고 광고하는 노란색 입간판이 눈에 띄는 한 열대어 전문매장으로 들어가 “피라니아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60대로 보이는 주인은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선반 맨 밑의 어항을 살펴보더니 이내 작은 물고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딱 다섯 마리 남아 있네요. 마리당 7000원만 내쇼.”

 어항 속 피라니아는 길이 3~4㎝ 정도로 작았다. 이달 초 강원도 횡성군의 저수지에서 발견된 손바닥 크기의 피라니아와 달리 이빨도 잘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열대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인은 “1년도 안된 애들”이라고 설명한 뒤 “이게 문제가 돼서 앞으로는 사고 싶어도 못 산다”며 구입을 권했다. 피라니아 국내 유입이 사회문제가 된 것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최근 환경 당국이 저수지 물을 모두 빼면서까지 소탕 작전을 벌였던 피라니아가 이처럼 시중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피라니아를 기른다거나 분양한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누군가가 강이나 호수에 피라니아를 방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가 지난 17일 뒤늦게 피라니아를 위해(危害)우려종으로 지정해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실효가 있지는 않다. 관련 고시 개정이 이뤄지는 올 연말까지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다. 이미 국내에 유입된 피라니아의 유통을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권군상 환경부 생물다양성 과장은 “현재로선 거래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개인이 키우고 있는 피라니아를 강이나 호수 등에 버리지 않도록 최대한 홍보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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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위해우려종을 방사하면 벌금·징역형에 처하는 처벌 규정을 추가한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개정 법률이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언제 어떻게 누가 방사했는지를 단속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남는다.

 위해우려종 유입만이 문제는 아니다. 멸종위기종 불법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피라니아를 팔고 있던 업소 인근의 조류·파충류 판매상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늑대거북과 코뉴어 앵무새가 판매하기 위해 전시돼 있었다.

 현행법상 멸종위기종을 수입할 때는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증명서가 필요하고 거래할 때 양도·양수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새끼 늑대거북을 4만원에 팔고 있던 업소 주인에게 수입 허가증 제시를 요구하자 “자꾸 그러면 안 팔겠다”며 화를 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식 절차를 거쳐 수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검역 비용도 들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밀수로 들여 와 양도·양수 신고 없이 도매상에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구매자들은 인터넷 카페나 재래시장 등에서 주로 사기 때문에 범법행위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얼마나 많은 멸종위기종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 자진신고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불법 거래를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터넷에는 “괜히 자진신고했다가 벌금 물고 압수당하는 것 아닌지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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