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W사 임원 '와일드캣' 도입비리 재판 몰래 녹음하다 감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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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된 '와일드캣' 제작사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 한국지사 임원이 도입 과정에서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예비역 장성의 재판 내용을 몰래 녹음해 빼내려다 감치됐던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법원의 신원확인 결과 당사자는 예비역 해군 대령출신인 홍모(50) AW사 한국지사 부사장이었다.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전기철 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모(59) 예비역 해군 소장의 재판이 갑자기 중단됐다. 김 전 소장은 와일드 캣 도입 과정에서 시험평가문건을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당시 재판에서는 김 전 소장의 혐의에 대한 증거들을 다루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 법정 방호원은 방청객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꺼내 재판 내용을 녹음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재판장은 곧바로 해당 방청객에 대해 감치(監置) 명령을 내리고 피고인 대기실에 2시간 동안 유치시켰다. 법원조직법상 재판장 허가없이 재판내용을 녹음·촬영하거나 법정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직권으로 구속한 뒤 감치 재판을 거쳐 최대 20일간 감치할 수 있게 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홍씨가 감치 재판에서 잘못을 반성하고 녹음 파일을 삭제하는 점을 고려해 엄중 경고 후 석방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씨는 해군 무기체계과장으로 복무하다 대령으로 전역한 뒤 2013년 8월 AW사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재취업했다. AW사 한국지사는 군 고위관계자 로비 대가로 14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의 건의로 2013년 5월 설립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합수단은 AW사 한국지사와 홍 씨가 군 로비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현재 AW사 측은 헬기 도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합수단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수단은 홍 씨가 재판 내용을 녹음한 것도 향후 대응책을 위한 정보를 수집해 본사에 보고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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