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라쿠텐도 첫 달 매출은 10만원 … 새로운 영역 도전으로 일본 온라인 쇼핑왕국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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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라쿠텐(樂天)은 일본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기업이다.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50)는 당초 엘리트 과정을 걸어간 회사원이었다. 원래 그는 명문 히토쓰바시 대학 상학부를 졸업하고 일본흥업은행에 입사했다. 그러다 회사 지원으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에 입학한 뒤로 생각에 큰 변화를 겪게 됐다. MBA 교육을 받으면서 ‘기업가 정신’에 눈을 떴다. 특히 미국에선 기업가가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점에 크게 자극을 받았다. 자연스레 ‘나도 언젠가 창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복귀하면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았는데 마침 고객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 등 성공한 기업가들을 만나 더욱 자극을 받았다. 그러던 차에 출신지 고베에서 1995년 대지진이 일어나 지인과 친구를 잃었다. 그는 인생무상을 실감하고 창업을 결심, 97년 온라인 쇼핑몰 회사를 세웠다. 첫 달 매출은 10만원에 그쳤지만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통해 현재 일본 최대의 쇼핑몰로 키워냈다.

 라쿠텐의 사례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과 맞닿아 있다. 슘페터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혁신에서 찾았다. 나아가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신결합(新結合)’이라고 했다. 특히 혁신의 형태로 새로운 재화의 생산, 새로운 생산방식의 도입, 새로운 판로의 개척, 원재료나 반제품의 새로운 공급원 획득, 새로운 조직의 실현 등 5개를 제시했다. 이런 혁신을 실현하는 이가 기업가라는 것이다. 라쿠텐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과감히 도전해 온라인 쇼핑 왕국을 이뤄냈다.

 자본주의 후발국인 일본이 경제발전에 성공한 요인으로 흔히 정부주도의 경제시스템을 강조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배후엔 걸출한 기업가들의 활약이 있었다. 소프트뱅크는 물론이고 파나소닉·혼다·소니 등과 같은 대기업이 그렇다. 라쿠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미키타니 히로시는 하버드 유학 중에 기존의 명성이나 권위에 탈피하는 도전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우리도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더 교육하고 도전 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성공한 기업가들과 적극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정책도 시급하다. 라쿠텐이 일깨워준 교훈이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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