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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의 환생'이라며 여신도들 농락한 중국 사이비 교주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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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석가모니의 88대 환생으로 재난을 예측하고 축지법을 구사한다고 주장한 중국의 사이비 교주가 체포됐다.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 검찰이 최근 후이라이(惠來)현 농민 우쩌헝(吳澤衡·48)을 사교(邪敎)를 통합 법률파괴·사기·강간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15일 보도했다.

“그는 변태·사기꾼·악마였어요. 비열한 수단으로 나를 성폭행하고 음란한 방법으로 유산까지 시켰어요.” 중국중앙방송(CC-TV)가 보도한 사이비 종교 ‘화장종문(華藏宗門)’ 여신도의 증언이다. 우쩌헝은 “남녀가 쌍수(雙修)라는 수련법을 통하면 불교의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며 여신도를 성적으로 농락했다.

산둥(山東) 출신으로 주하이로 내려와 우쩌헝의 비서를 맡았던 20대 여성은 한 달도 안되어 수행이란 명목으로 강간을 당했다. 피임 도구도 사용을 못하게 해 3차례나 임신시켰다. 임신 사실을 알리자 우쩌헝은 자신이 조제했다는 ‘신비의 약물’을 마시도록 해 인공 유산을 유도했다.

이처럼 우쩌헝은 “쌍수”라는 명목으로 많은 여제자를 위협해 관계를 맺었다. 한 피해 여성은 “기본적으로 여제자는 모두 그와 관계를 맺었다”며 “사람을 시켜 인공 유산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우쩌헝을 체포하면서 그의 소재지에서 다량의 최음제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우쩌헝이 자녀 6명 외에 혼외자녀 최소 6명을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쩌헝은 주하이시 주저우대도(九洲大道) 지역에 190㎡ 넓이의 부동산에서 거주하면서 불당을 세우고 활동 거점으로 삼았다. 이 부동산은 랴오닝 출신의 신도가 130만 위안(2억4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우쩌헝이 신도의 재산을 갈취하는 수단은 다양했다. 새로운 신도가 가입하면 스승을 모시는 의식을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고 1700위안(31만4000원)의 승복, 3900위안(72만원)의 염주, 600위안(11만원)의 향을 팔았다. 그밖에 스승 공양비로 3000위안(55만원) 등 개인당 1만 위안(185만원)정도씩 받아냈다. 또한 생일, 석가탄신일 등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를 건네 돈을 받아냈다.

지진 등 유언비어를 만들어 자신만이 가진 ‘재난 대피’ 기능을 담은 법기(法器)를 파는 방식도 재물 갈취하는 또 다른 수단이었다. 2010년 그는 주하이에 불교 상점을 차린 뒤 재난이 임박했다고 속여 신도들에게 계단방(戒壇方), 대일여래불(大日如來佛) 등을 강매했다. 2011년 3월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유출 사건을 빌미로 각종 법기를 팔아 이득을 취했다.

우쩌헝은 7세에 불교 선종 일파인 조동선문(曹洞禪門)의 고승 덕진(德眞) 스님과 덕지(德智)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11세에 입산해 스승을 따라 수행하고 무예를 익혔다고 주장했다. 소림사의 전 주지인 ‘덕선방장(德禪方丈)’으로부터 소림사의 보물을 물려받아 제 32대 후계자로 됐다고도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18분에 이르는 개인 선전 영상에 담겨 있다. 우쩌헝은 또 “자신이 석가모니의 88대 후손, 선종의 61세 계승자, 소림사 32대 후계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이자 객원교수, 홍콩연합대 철학교수이며, 지진과 홍수 등 각종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찰은 우쩌헝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는 1967년 광둥성 후이라이현 농가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여성을 성희롱과 건달 행패로 악명이 높았다. 16세 때 고향을 떠나 허난을 거쳐 베이징에 머문 뒤 다시 하이난(海南)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90년대 초 기공 열풍에 편승해 ‘화장공(華藏功)’을 조직하고 신도를 모집했다. 2000년에는 주식 사기 발행과 불법 영리 활동 등의 혐의로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출옥 후 기공 열기가 식은 것을 확인한 우쩌헝은 자선과 생명과학으로 새롭게 포장해 화장종문(華藏宗門)이란 이름의 사이비 불교로 조직을 재건했다. ‘화장종문’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중국 10여개 성은 물론 미국, 노르웨이 등 해외에도 수천 명의 신도를 갖고 있다. 우쩌헝은 불법 보호조, 비서조, 지역 협조원 등 체계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신도들을 사취했다.

중국 사법당국은 ‘화장종문’은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로 향후 이와 유사한 불법활동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산둥성에서 ‘전능신’ 교도들이 젊은 여성을 맥도날드 매장에서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교로 인한 각종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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