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판매자·딜러 동시에 속여 넘긴 삼각 사기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중고차 판매자와 매입 딜러 사이에서 양쪽을 동시에 속이고 매매 대금을 가로챈 '삼각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중고차 매매 사기를 벌이고 매매대금 2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최모씨(52)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 10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산타페 차량을 매물로 올린 피해자 박모(31)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중고차 딜러라고 소개하고, 당시 시세보다 수백만원 비싸게 팔아 주겠다며 박씨에게 접근했다.

최씨는 “잘 아는 딜러를 거래 장소에 보낼 테니, 내 고향 동생이라고 말하고 일단 판매대금을 내 계좌로 입금하게 하면 수수료를 떼고 2600만원을 맞춰 입금해 주겠다”며 “대신 세금문제가 있으니 계약서는 2300만원으로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 일당은 피해자를 속인 후 곧장 중고차 딜러에게도 전화를 걸어 “산타페를 시세보다 싸게 판매하겠다”며 “직접 나갈수 없어 동생을 보낼테니 동생과 계약하고 차를 받아가라”고 했다. 판매자와 딜러 사이에서 양쪽을 모두 속인 것이다.

최씨에게 속은 박씨와 중고차 딜러는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박씨는 최씨를 믿고 딜러에게 “형님의 계좌로 돈을 입금해 달라”고 했고 딜러는 박씨 말에 따라 2300만원을 최씨 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박씨는 약속한대로 2600만원이 입금되길 기다렸지만 최씨는 전화통화를 하며 시간만 끌었다. 돈을 인출해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결국 박씨와 딜러 모두 최씨에게 속은 걸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최씨 등은 경찰에 붙잡히기 전 이미 판매대금을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뒤였다. 박씨의 확인을 받고 매매 대금을 입금한 중고차 딜러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복구했지만, 판매자인 박씨는 차만 날리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최소 5건 이상의 중고차 매매 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노숙자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음식 등을 제공하며 환심을 사고, 이들 명의의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제공받아 범행을 준비했다.

경찰은 최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인출책 최모(65)씨 역시 불구속 입건하고, 도주한 일당 2명의 행적을 추적중이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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