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헛발질…골잡이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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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화려한 잔칫상 앞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한국팀은 2002 한.일 월드컵 1주년을 맞아 서울시청 앞에 수만 인파가 모여 응원하는 가운데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한국은 21위)인 우루과이와의 역대 전적은 3전 전패. 취임 1백일을 맞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난달 31일 한.일전 승리와 6만의 붉은 함성에 도취됐는지 한국 선수들은 전반 내내 허공에 발이 뜬 듯한 모습이었다.

혼자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은 김남일(엑셀시오르)은 미드필드 숫자 싸움에서 밀린 데다 포백과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자연히 한국의 주무기인 중원의 강한 압박이 사라졌다.

한국은 전반 14분 치명적인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상대 아크 정면을 파고들던 최용수(제프 이치하라)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당연히 프리킥을 줄 줄 알고 우리 선수들이 멈칫하는 순간 우루과이가 롱 패스로 역습했다.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넘어온 공을 중앙수비 조병국(수원)이 잘못 걷어내 헤르만 오르노스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골대 왼쪽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수비는 발보다 먼저 몸으로 공을 막아라'는 원칙을 어긴 결과였다.

한국은 총공세로 나섰지만 '의욕'에 비해 '세기'가 떨어졌다. 차두리는 전반 33분 골키퍼가 넘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골키퍼에게 안기는 슈팅을 했고, 39분 최용수의 패스로 골키퍼와 맞선 상태에서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군사 훈련으로 빠진 '테크니션'안정환(시미즈)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한국은 후반 이천수(울산)와 '새 신랑' 이영표(아인트호벤)를 투입했다. 그러나 8분 만에 또 한 골을 허용했다. 전반 실점 상황과 흡사했다. 다시 한국의 반격. 이영표가 왼쪽을 뚫고 두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으나 조재진(상무)과 최용수가 또 다시 마무리에 실패했다.

한국은 게임이 풀리지 않자 무모한 중거리슛을 남발했다. 종료 3분 전 이천수의 크로스에 조재진이 넘어지며 머리를 댄 공마저 골문을 외면하자 6만 관중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전.후반 슈팅수 17-7로 한국 우세. 상대의 허를 찌르지 못하는 움직임, 수비수를 편하게 해 주는 '눈에 보이는'패스로는 결코 골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케 한 경기였다.

진세근.정영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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