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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천 개혁 성공한 정당이 선거에서 유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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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가 계속 혁신안을 내놓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내 신당 움직임은 줄지 않고 있다. ‘최재성 사무총장’을 둘러싼 계파 대립도 여전하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났지만 새누리당에서도 계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불안한 가장 큰 원인은 제대로 된 공천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마다 제도가 바뀌니 의원들로서는 선거마다 새로 생명줄을 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권력형 공천’의 상처가 깊다. 2008년 이명박 세력은 박근혜 그룹에 대해 ‘공천 학살’을 단행했다. 2012년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측에서 컷 오프(cut off)라는 자의적인 제도로 이명박 그룹을 견제했다. 이런 하향식 공천의 부작용을 피하려 당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했다. 그런데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단독으로 이를 시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당원+국민(또는 여론조사) 경선으로 가거나 일부 전략공천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전략 공천권’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새정치연합에는 공천혁신추진단이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제도는 안개에 싸여 있는데 나중에 혁신위원이 된 인사가 ‘호남의원 40% 물갈이’ 같은 주장을 폈으니 논란과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원래 공천을 비롯한 정치개혁은 야당이 선도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민참여경선도 당시 민주당이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에 뒤처지고 있다.

 공천 개혁의 핵심은 권력의 입김을 차단하는 것이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당원 경선이나 국민 경선 얘기가 나오는 건 권력형 공천의 폐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권력과 상관없는 당원이나 국민의 판단을 더욱 많이 활용하는 공천제도를 여야는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공천 배심원단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상당 부분 개선된 공천제도를 내놓는 것만으로도 정당은 총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 공천 개혁 경쟁은 득표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