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 중국서 왜 잠잠해졌나] 더워진 날씨가 '백신' 노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중국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병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일 현재 전국적으로 신규 감염 환자는 베이징(北京)에서 1명을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줄곧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따라 베이징의 영화관.도서관.수영장 등 대중이 모이는 장소의 영업을 허가키로 하는 등 사스 확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사스가 크게 줄어든 것은 ▶당국의 강제적이고 신속한 격리 조치 ▶전 국가 차원의 예방조치 등에 더불어 저온(低溫)에 습기가 많았던 날씨가 건조.고온(高溫)의 날씨로 바뀐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사스 확산은 섭씨 26도 이하의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 일교차가 적었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며 "5월 들어 자외선의 강도가 높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스 확산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학가와 초.중.고등학교 등에 대한 전면적인 휴교령과 사스 환자 발생지역에 대한 강제적인 격리.봉쇄 조치는 이번 사스 확산 저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 지방 정부가 자체적으로 나서서 감염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인구와 교통편을 제한하고 나선 조치도 사스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밖에 감염 의심 지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당국의 대규모적인 소독 등 예방 조치, 인구 유동에 대한 인위적인 통제, 사스 공포에 따른 대중의 자발적 위생 조치도 사스가 크게 줄어든 원인에 해당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사스 통계 축소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WHO의 데이비드 헤이먼 전염병 담당 국장은 7일 "중국에서 사스 신규 감염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사스 퇴치가 이렇게 급격히 이뤄지는 이유는 "중국 당국이 WHO에 통보하는 사스 감염의 판정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WHO는 또 중국 정부가 사스 감염자에 대한 엄격한 격리 등 초강경 조치를 내려 주민들이 두려움 때문에 사스 감염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사스 은폐의 주역이 지난 3~4월엔 중국 정부였으나 이번엔 개인 차원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