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노트] 장사 안되는 이유 가까이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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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경기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N씨는 매출이 부진하자 점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인근지역에 매물로 나온 점포 6개의 상권 지도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서 찾아왔다.

6개의 점포입지를 살펴본 결과 현재 음식점이 있는 자리가 가장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하자 그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상권이나 음식 맛은 좋은 편인 데도 주변 음식점보다 다소 불리한 입지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인근에 관공서가 여러 개 있었지만 전단지 한번 돌린 적이 없었다. 심지어 사업초기에 매출이 부진하자 오후 5시 이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날도 많았다.

5천세대 아파트 밀집지에서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던 P씨. 부업삼아 시작한 일이라 일요일에는 가게 문을 닫았고, 토요일도 격주로 일찍 문을 닫았다.

가격 흥정을 하는 고객에게는 냉담하게 대했으며, 체인본사에서 물건을 공급받을 때도 고객 취향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위주로 진열했다.

본사가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한 옷인데도 손님에 따라 비싸게 팔기도 했다. 계절이 바뀔 때도 세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매출이 부진하자 P씨는 체인본사도 바꾸고, 점포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겠다며 상담을 원했다.

80%이상 빚을 내 음식점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K씨. 대단위 아파트단지 음식점가에서 신세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인테리어를 하고 해장국과 삼겹살 메뉴로만 승부를 걸었다가 실패한 사례다.

K씨는 점포를 정리할 때까지도 입지탓을 했지만 입지는 상당히 좋았다.실제로 인근 점포들은 상권에 맞게 메뉴를 골라 손님을 끌고 있었다.

많은 자영 사업자가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보지 못하고, 멀리서 해답을 찾는 경향이 있다.

점포를 이전하면, 체인 본사를 바꾸면, 업종을 바꾸면 성공할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경영자 자신인 경우도 적지않다. 대형 경쟁점의 출현이나 갑작스런 상권 변동, 돌발적인 사회적 이슈 등의 문제로 사업이 안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나 어려움은 경영마인드로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급하게 사업을 바꾸거나 그만두는 것은 승부사 기질이 없는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www.changup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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