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탕웨이싱, 2년 연속 결승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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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9보(94~102)=94에 95의 곳을 막지 않고 버티는 수단은 없을까. 생각하기 어렵지만 95로 96의 급소를 찌르는 수는 어떤가. 수읽기는 복잡하고 초읽기는 숨이 막힌다.

 결국, 95로 막았고 탕웨이싱은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96의 요소를 두었다. 계속해서 97로 찌를 수밖에 없을 때 가만히 이은 98이 얄미운 수. 가만히 이어두고 ‘자, 어쩔 텐가?’하고 상대의 응수를 묻는다.

 고뇌의 장면. 검토실에서는 일찌감치 결승에 선착한 김지석이 ‘참고도’를 그려놓고 ‘서로 겁난다’며 고개를 흔든다. 흑1로 버티면 백의 선택도 외길이 된다. 백2부터 14까지, 흑의 진영에 갇힌 백 대마는 자체로 사는 수단이 없으나 백10으로 끊긴 우변 흑 일단도 취약하다. 결단이 필요한 장면인데.

 박정환은 그냥 99로 막았다. 그러면 102까지 백 대마 완생은 외길. 죽었던 대마가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부활했으니 형세는 당연히 백 우세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바둑책을 들고 간다는 사활의 귀재가 백 대마의 부활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자책. 그 자괴감이 컸던 것일까. 알기 쉽게 백 대마를 살려주고 158수나 끌려간 고행의 수순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급전직하, 박정환은 무너지고 탕웨이싱은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102수 다음 줄임 백 불계승.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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