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4명이 본 대한민국 “규칙 어겨야 이익 보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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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하연섭(52·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동료 교수 13명과 함께 『위험사회와 국가정책』(박영사)’을 펴냈다. 그는 같은 학과 교수들과 공저를 낸 계기에 대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충격을 받아 지식인 사회가 이를 다각도에서 검토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같은 과 교수들이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저를 내는 건 한국 대학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공저에 참여한 교수들의 눈에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표적인 ‘정부 실패’ 사례였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았고, 이를 감시해야 하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우리 사회에 대해 “규칙을 어겨야 이익을 보는 사회”라며 “위기를 예방하는 규제는 있지만, 규제를 어기더라도 적발되는 경우가 적고 처벌 수위가 낮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홍순만 교수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규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공동체를 위협하는 동일한 위험요소를 발견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엔 시민들이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며 정부를 불신하게 됐다면, 메르스 사태 이후엔 “같은 공동체 구성원들도 나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 요소일 수 있다”고 여기게 됐다고 했다. 하교수는 “룰을 잘 지키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유인해야 한다”며 “정부와 시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꼼꼼한 감시·견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안전사회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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