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원로 13명 정부에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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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高建) 국무총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사회갈등이나 집단 이기주의 표출에 시스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악역을 자청하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高총리는 6일 총리공관으로 종교계.학계.전직 관료 등 각계 원로 13명을 초청, 오찬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먼저 행동해놓고 대화를 하거나 '선 파업, 후 타협' 등의 왜곡된 행태는 반드시 고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은 참여정부 출범 1백일을 맞아 주요 국정 현안, 여중생 사망 1주기와 관련된 원로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高총리는 "이번 주부터 관계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보좌진이 다함께 참여하는 총리 주재 국정 현안 정책조정회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인기가 없더라도 시어머니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高총리는 이어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뒤 "그동안의 성과는 더욱 발전시켜 나가되 미진하고 잘못된 부분에선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석한 원로들은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이 여러 분야에서 삐걱거렸기 때문인지 '덕담'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내놓았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잇따른 집단행동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충고가 나왔다.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은 집단 간 갈등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면 상대편을 자극하게 돼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집단의 극단행위에 대해 정부가 보다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원용 목사는 "나의 상황 인식은 (현재 혼란이 4.19 직후와 비슷하다는) 신문과의 인터뷰에 잘 나와 있다"며 최근 혼란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여중생 추모집회가 반미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서영훈 대한적십자사총재는 "추모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반전.평화.민족주의 등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 반미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이러한 점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중 변호사도 "추모집회가 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여중생 범대위 집행부에 당부하고 극단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형규 목사는 "아파트값 상승으로 서민과 중산층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철근 기자

<사진 설명 전문>
고건 총리가 6일 강원용 목사, 김철 천도교 교령,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등 각계 원로 13명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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