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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30% 일본뇌염 주의보 … ‘하이브리드형 백신’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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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를 앞두고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모체 면역이 상실되는 생후 1년은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시작하는 시기다. 문제는 백신 종류에 따라 성분과 접종 횟수, 기간이 달라 헷갈린다는 점이다. 면역효과는 기본이다. 안전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똑똑한 백신 선택법을 소개한다.

면역 형성 잘되는 유아 예방접종 필수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된다. 완벽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치사율이 30% 정도로 높고, 3명 중 1명 이상이 언어장애, 사지운동저하 등 후유증을 겪는다. 정부가 지역별 채집 모기를 분석한 뒤 매년 일본뇌염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는 이유다.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4월, 광주광역시에 작은빨간집모기가 발견되면서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됐다.

장마와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일본뇌염 환자의 80% 이상이 8~10월에 발생한다. 채집된 모기의 50%가 작은빨간집모기일 때 발령되는 ‘일본뇌염 경보’는 7월 말~ 8월 초 집중된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수변공원 등 환경 변화, 질병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10명 이하였던 것이 최근 5년(2010~2014년) 사이 89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망자는 19명에 달한다.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는 “일본뇌염은 나이와 무관하게 감염될 수 있다. 모체 면역이 상실되는 영·유아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면역 형성도 잘되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영·유아 때 일본뇌염 백신을 맞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생백신은 2회, 사백신은 5회 맞아야 완전면역

우리나라에서 접종하는 일본뇌염 백신은 크게 생백신(약독화 생백신)과 사백신(불활성화 백신) 두 가지로 나뉜다. 생백신은 인위적으로 독성을 낮춘 살아 있는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체내 증식은 해도 질병을 일으키진 못한다. 면역체계만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백신은 열과 화학약품으로 바이러스를 죽인 후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을 정제해 만든다. 은 교수는 “생백신은 70%, 사백신은 30~40% 정도 병원체를 흉내 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완전접종 시 두 백신의 면역효과는 비슷하다. 그러나 완전접종까지 기간과 횟수는 차이가 있다. 사백신은 보다 많은 양이 필요해 여러 번 접종해야 한다. 일본뇌염 사백신은 생후 12∼36개월 모두 세 차례 기초 접종을 하고, 만 12세까지 두 차례 추가 접종해야 완전접종으로 본다. 반면에 생백신은 12~23개월에 한 차례 맞고, 1년 뒤 2차 접종을 하면 완전한 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

백신을 만드는 재료도 다르다. 사백신은 생후 3개월 된 쥐의 뇌조직이나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베로세포)에 바이러스를 키운 뒤 정제해 만든다. 이 중 쥐 뇌조직 유래 백신은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부터 예방접종에 활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쥐의 뇌조직 단백질이나 안정제로 사용되는 젤라틴 등이 뇌척수염, 알레르기 등 다양한 병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일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사용이 줄고 있다.

베로세포 유래 백신은 젤라틴과 항생제 등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바이러스 배양에 쓰는 세포를 따로 만들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동물 학대 등 윤리 면에서도 권장되는 백신 제조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베로세포 유래 백신 생산을 권장하고 있다. 사백신으로 완전접종까지 걸리는 기간은 동일하다.

생백신으로는 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백신이 있다.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는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생백신의 특성상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의 면역을 획득한다는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이 역시 동물 조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백신 오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편의성·안전성 해결 ‘베로세포 생백신’

현재 쥐 뇌조직 유래 사백신, 베로세포 유래 사백신, 햄스터 신장세포 유래 생백신 등 세 가지 백신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의료기관을 통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일본뇌염 백신의 최신 선택지는 생백신과 사백신의 장점만을 뽑아 개발한 하이브리드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베로세포 유래 생백신이다. 베로세포를 이용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생백신으로 접종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완전접종률은 높이고 유아 접종 스트레스는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출시된 이모젭이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12~24개월 유아 11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차 접종 후 혈청방어율(Seroprotection rate·백신 접종 후 항체가 생성된 사람의 비율) 100%를 기록했을 만큼 효과가 좋다. 접종 후 3년 동안 혈청방어율은 98% 이상 유지됐다. 반면에 이상반응은 다른 일본뇌염 백신에 비해 낮았다.

WHO가 백신의 제조 과정과 안전성, 유효성 등을 인증한 뒤 주는 사전적격심사(PQ) 승인을 받은 것도 장점이다. 단,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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