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日 첫날] 북핵이 현안 … 과거사는 안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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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6일 아키히토(明仁)일왕이 주최한 왕궁 만찬 답사에서 1946년생인 자신을 '전후 세대의 첫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지칭했다. 지도자의 세대 교체를 계기로 양국이 마음을 열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는 게 만찬사의 기조였다.

盧대통령은 "예로부터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었다. 1천5백년에 이르는 조상들의 교류와 친선의 역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전후세대의 첫 대통령으로서 이같이 깊고 오랜 우호 친선 관계가 계속돼야 한다고 믿어 일본을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공통의 화제였다. 盧대통령은 "서울과 도쿄의 거리에서는 '붉은 악마'와 '울트라 닛폰'이 어우러져 서로를 응원하는 초유의 광경이 벌어졌다"며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런 열정.감동을 공동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도 환영사에서 "월드컵은 양 국민의 우호관계 증진에 이바지했다"며 "청소년.스포츠 교류를 목표로 올해 시작된 일.한 공동 미래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盧대통령은 동북아 번영을 위한 양국의 선도적 역할도 환기시켰다. "양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 전통과 시장경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미래는 양국에 선도적.능동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두 나라가 그야말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서로 존경하는 이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로 만찬사를 마무리했다.

盧대통령이 이날 '과거사'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반기문(潘基文)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북핵 해결이 우선 현안인 데다 1998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일 때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관행상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는 일왕 만찬 대신 7일 정상회담에서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가자'는 선의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金전대통령 방일 때 일본은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한다"고 했었다.

만찬에 앞서 盧대통령은 왕궁으로 아키히토 일왕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늘이 우리나라 현충일인데 국내적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감안해 방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런 날에 일본을 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왕궁 만찬에는 나루히토(德仁)왕세자 내외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 양국에서 1백50여명이 참석했다.

도쿄=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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