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표결 전 퇴장으로 무산 전략 … ‘불참은 입헌주의 배치’ 지적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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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03면

국회가 6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여야가 밤샘 협상 끝에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여기에서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따라 국회법 재의 표결에 불참키로 당론을 정했다. 본회의에 출석하되, 국회법이 표결 절차에 들어가면 전원 퇴장한다는 전략이다.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이 본회의에서 집단 퇴장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내일 재의결 … 전망과 절차는

 재의되는 법안의 의결 요건은 일반 법안보다 더 깐깐하다. 일반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출석자의 과반 찬성’이지만 이번 국회법에는 특별 의결정족수가 적용된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헌법 제53조 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재의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 과반 출석’과 ‘출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법이 본회의에서 재의되면 표결은 어떻게 진행될까. 새누리당의 계획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 명패를 수령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면 상정 보류가 되기 때문에 투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의사진행발언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본회의는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회의장을 나가지 않고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국무총리의 제안설명을 시작으로 투표 절차는 시작된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과반 출석’이 안 돼 투표는 성립되지 않는다. 보통 기명투표로 이뤄지는 일반 의안은 의원들이 재석 버튼을 누르면 출석자로 인정되지만, 이번 국회법 재의 표결처럼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이 이뤄질 경우엔 명패함에 자신의 명패를 직접 넣어야만 출석으로 인정된다. 명패를 받고 도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출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에서 투표에 참여하는 일부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정의화 국회의장, 천정배·유승우 의원) 전원(138명)이 본회의에 출석하더라도 국회법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298명)의 과반 출석(150명 이상)’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소 12명의 새누리당 이탈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집단 이탈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국회 주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 자체가 입헌주의 원리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46조 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자유위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국영 성균관대(정치학) 교수는 “한 달 전 개정안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들이 재의에서 무슨 근거로 표결 불참 또는 반대할 수 있느냐”며 “대통령의 뜻이 입헌주의의 원리보다 우위에 있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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