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편집인·편집국장 왜 물러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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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의 편집인 하웰 레인즈와 제럴드 보이드 편집국장이 5일 오전 전격 사임했다. 제이슨 블레어라는 27세의 기자가 제출한 36건의 표절기사로 물의를 빚은 지 5주 만이다.

레인즈 편집인은 3주 전 블레어 기자가 어떻게 기사를 표절했는지 그 경위를 뉴욕 타임스에 자세히 보도하면서 독자에게 사과를 구했다.

그러나 편집국 기자총회(총 1천2백명)에서 한 기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용의가 없느냐고 하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옆에 있던 아서 옥스 설즈버거 회장은 사표를 제출한다고 해도 받지 않겠다고 거듭 신임을 표시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편집국에서는 레인즈의 책임론이 그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인즈는 2001년 편집인이 된 후 뉴욕 타임스의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독재적 혹은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의 스타일은 편집국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다.

그러나 1년여 전 한꺼번에 퓰리처상을 7개나 받아냈던 데서 볼 수 있듯 뉴욕 타임스를 역사상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최근의 스캔들로 역사상 최악의 이미지 훼손을 자초했다고 할 수도 있다.

레인즈가 끝내 편집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었던 이유는, 블레어뿐 아니라 최근 말썽을 빚은 또 다른 기자도 그가 각별하게 아꼈다는 사실이다.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던 릭 브랙이라는 뉴올리언스 주재 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상당부분 프리랜서 기자의 취재에 의존해 놓고, 뉴욕 타임스가 이를 문제 삼자 대부분의 전국부 기자가 그렇게 해왔는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것이다.

이 발언 이후 브랙은 그 자리에서 해임됐지만 레인즈의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남긴 셈이다. 이날 함께 사임한 보이드 편집국장은 블레어처럼 흑인이며, 정정보도를 3년간 50여차례나 하게 했던 블레어를 감싸고 돌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임 문제를 놓고 설즈버거 회장과 두 편집 책임자는 4일 밤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으며, 이들은 5일 오전 편집국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는 조셉 렐리벨드(66) 전 편집인에게 임시로 편집 책임을 맡기기로 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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