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신형 레이더 개발해놓고 … 해군, 고장 잦은 구형 계속 사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해군이 천안함 폭침 후 전함 성능 강화를 위해 신형 레이더를 개발하고도 구형 레이더를 그대로 사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사업청, 각 군 본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방연구개발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군은 전함 성능 강화를 위해 2013년 12월 신형 대함·항해 레이더 개발 절차를 완료했다. 이들 레이더는 해상 표적의 위치를 탐지하는 장비로 해군 작전 수행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해군은 신형 레이더를 개발하고도 구형 레이더를 그대로 운영했다. 구형 레이더 납품이 이미 결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구형 레이더는 신형 레이더에 비해 성능에 떨어지고 고장이 잦다. 실제 2010~2014년 구형 레이더에서 수십 건의 고장 사고가 발생했다. 신형 레이더 교체 비용은 함선 1척당 2000만~4억3500만원이다.

 감사원은 “구형 레이더 사용 으로 함정무기 체계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며 “일부 기종은 국방규격화된 지 20년이 경과해 신형으로 대체가 필요한데도 이를 교체할 최신의 반도체 레이더 개발에 착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ADD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A사로부터 전차의 온도나 진동 등의 피해를 측정하는 전자 내부피해계측 장비를 납품 받는 과정에서 불량 장비에 허위로 합격 판정을 내렸다. 해당 장비에는 온도·진동센서·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았다. ADD는 전차자동조종모듈도 7세트만 납품 받고도 11세트가 납품된 것처럼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ADD가 A사에 부당하게 지급한 돈은 11억원이다. 감사원은 ADD 소장 등에게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자 징계 및 문책 요구를 하는 등 총 25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