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들국화 송이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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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송이송이/송기숙 지음, 문학과경계시, 8천5백원

장편소설 '오월의 미소'(2000년) 이후 3년 만에, 소설집으로는 '파랑새'(1989년) 이후 14년 만에 출간한 소설집. 중편 '가라앉는 땅'과 표제작 '들국화 송이송이' 등 모두 9편의 작품을 담았다.

'들국화…'에서 빨치산에게 밥을 해줬다는 죄로 지리산 기슭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던 주인공 털보영감은 50여년이 지나 칠순이 다 되도록 고향 집터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다.

털보영감이 집터를 끝내 잊지 못한 이유는 고향에서 쫓겨나기 직전 열일곱의 나이에 나눴던 옆집 동갑내기 처녀와의 정분 때문이었다.

그 처녀도 털보영감을 잊지 못하고 털보의 아들로 짐작되는 젊은 남자와 함께 오륙년 전 고향을 찾았음이 밝혀지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핑 돈다. 집터에 남아 아내와 아들을 기다리겠다는 털보의 마지막 희망 역시 이뤄지지 못한다. 이번엔 국립공원 보호라는 이유때문이다. 정갈한 문체.구수한 토속어가 맛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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