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메르스 위기, 의료산업 투자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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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내과)

중동에서 건너온 낯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바이러스 때문에 한바탕 대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나 일부 국민들의 일탈 같은 여러 문제가 나타났지만 필자는 대한민국이 이번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싶다. 정부는 실전 훈련을 톡톡히 치렀기에 이번 경험을 토대로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고, 정치인은 튀는 행동이 수습보다는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국민들은 스스로의 시민의식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염병 대란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일원으로서, 이번의 위기를 통해서 한국 의료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없다.

 첫째, 이제부터는 의료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의 공공성에만 열중하는 시민단체와 재정절감에만 목을 매는 심사평가원의 일관된 압력에 전국 모든 병원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매년 5000 곳의 병의원이 도산이나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병원 내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위한 재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만 적자를 면할 수 있고, 그나마 병실료 수입에 대해서마저도 정부에서 압력을 넣어서 다인실 의무조항을 만드는 바람에 다인실의 비중이 80%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이러한 정책들이 전염병 대란을 촉발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이다. 만약 의료산업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인식했더라면, 적정수의 환자를 보는 쾌적하고 깨끗한 병원 환경이 가능할 것이고 전염병 대란은 없었을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돈을 지불할 시에는 제대로 지불하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금언을 곱씹어야 할 때다.

 둘째, 보건복지부가 포퓰리즘 정치의 도구라는 비정상 상태에서 정상화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와 복지라는 두 분야로 나뉜다. 장·차관을 비롯한 요직은 모두 복지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포퓰리즘 정치는 복지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역대 정권이 복지에만 치중해왔고 보건의료는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되었다. 비정상 상태는 우리나라 보건소의 행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보건소는 보건, 전염병관리, 질병예방이 고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병의원들이 넘쳐나는 지역에서조차 질환의 치료와 투약이라는 무료진료에 열중함으로써 개인 의원들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만약 보건소가 고유의 역할인 보건에 충실했다면 전염병 대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복지는 돈을 쓰는 분야이지만, 보건의료는 미래성장동력의 중심아이템으로서 돈을 벌어들이는 분야이다. 국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의료에 대한 바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며, 보건의료를 전담할 복지부 2차관 제도가 필요한 이유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며,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 한국 의료의 미래를 낙관해 본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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