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전환기의 방송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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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방송정책/김정기 지음, 한울아카데미, 2만8천원

"방송 공익이 어디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가? 국가의 몫인가, 시장의 몫인가? 나는 국가와 시장이라는 이분법 보다는 이와 함께 공론장(共論場)의 몫을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정기(63.외국어대 교수.사진)전 방송위원장이 펴낸 책 '전환기의 방송정책'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방송정책 이론서라는 외형 속에 회고록의 성격을 깊숙하게 가미한 '두 얼굴을 가진 책'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퇴직 공직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단행본을 펴내 그 정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게 만들어주는 바람직한 모델이 이 책이다.

특히 다매체 다채널이라는 구조적인 변화의 복판에 놓인 방송에 대한 그의 증언은 값질 수 있다.

그는 방송심의 기능만을 주로 맡았던 구 방송위의 수장(1999~2000년)을 거쳐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심장부로 확대된 새 방송위원회 초대 수장(2000~2002년)을 역임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초대형 이권사업으로 지목된 위성방송업자 선정, 홈쇼핑 채널 등 케이블 TV 추가사업자 선정 등 굵직한 현안을 집행해온 책임자로서의 증언이다.

방송위 위상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저자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의 막후협의 등 내밀한 회고까지 담겨있고, 솔직한 반성과 자부심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몇개월 전 방송위가 펴낸 '제1기 방송위원회 백서'와 상당대목 내용이 겹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시각이 다른 두 책은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한다.

이런 현안을 다루면서도 언론학자로서 저자는 방송공익의 무게중심을 고심하고 있다. 앞에 지적한대로 방송공익을 시장과 공익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서 제3의 입장에서 통합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모색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인명 등 색인도 충실하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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